[AI기반 중량화물이동체 물류플랫폼 실증사업] 〈기고〉 국산 선박 자동조타시스템 해상 실증 성과

안영중 한국해양대 항해융합학부 교수
안영중 한국해양대 항해융합학부 교수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조선 강국으로 스마트선박 시대를 맞아 다양한 자율운항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동조타시스템은 선박을 조종할 때 조타장치를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는 불편함을 자동화한 기술이다. 조종사 피로도를 줄이고, 적정한 타각 사용으로 선박 운항 효율을 향상할 수 있는 스마트선박 시대 중요 장비다. 선박 안전 운항, 자동화와 직결되는 자동조타시스템의 국산화는 미래 해양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 요소다.

국산 자동조타시스템은 성능 기준 및 제품 인증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세계 시장 점유율은 일본에 현저히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원인은 충분한 '사용실적(Track record)'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용실적은 실제 선박에 탑재해 다양한 해양 환경에서 테스트를 수행하며 쌓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이 자동조타시스템을 개발 후 이를 실증하고, 시장에서 높은 영향력을 가진 제품과 비교할 수 있는 선박을 비롯한 테스트 환경을 자체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한국해양대와 울산정보산업진흥원은 2023년 4월 업무협약(한국해양대 실습선 한바다호 해상 실증 지원)을 체결했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주요 항해장비의 해상 실증 환경과 전문적 사용성 평가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업무협약에 따라 양 기관은 올해 초 한바다호에 국산 자동조타시스템을 설치하고, 국내 연안과 대양을 오가며 실증과 사용성 평가 작업을 진행했다. 국내에서 이처럼 총톤수 6000톤급 이상 선박에 다수 전문가들이 승선한 가운데 국산 자동조타시스템을 실증하기는 처음이다.

해상 실증과 사용성 평가는 국내 개발 선박 자동조타시스템의 실제 해상 환경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상용화를 위한 개선 방안을 찾는 게 목표다.

한바다호 국내 연안과 원양 해상 실증 구간.
한바다호 국내 연안과 원양 해상 실증 구간.

양 기관은 한바다호 부산-제주 왕복 운항 때 24시간 이상, 부산-다낭(베트남) 항해 때 24시간 이상, 자카르타(인도네시아)-프린세사(필리핀) 항해 때는 48시간 이상을 운용하며 정상적 기능 작동을 입증하는 사용실적을 확보했다.

실증 결과로 시스템의 기본 조타 기능과 성능 기준에서 요구되는 모든 기능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유지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해상 환경 변화에 따른 노이즈 발생 등 일부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찾아냈다. 시스템 주 사용자인 항해사들은 사용성 평가에서 시스템 반응 속도, 디스플레이 크기, 조작 편의성 등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사용성 평가는 국산 자동조타시스템이 아직까지 해상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제조사의 추가적 개선 활동은 결국, 사용성 강화 뿐만 아니라 중장기 시장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다.

이번 국산 자동조타시스템 해상실증은 전문 공공기관 간 협력으로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한국해양대와 울산정보산업진흥원은 국내 선박IT기업이 개발한 제품의 성능을 실제 해상 환경에서 검증하고 사용실적을 확보했다. 사용성 평가에 따라 제품 개선과 고도화도 이끌어냈다.

한국해양대는 실증선박 뿐 아니라 다수 전문가와 사용자를 지원했고, 울산정보산업진흥원은 고도화와 상용화를 위한 항해장비 아이템 발굴, 실증 제품 및 기업을 연계했다.

양 기관은 자동조타시스템 외에 전자해도와 레이더, 선교 알람관리시스템, 통합항해시스템 등 다수 국산 기자재 실증을 추진해 제품 개선 요소를 확인하고 사용성 확보 방안을 도출했다.

선박용 장비 연구개발(R&D) 목표는 개발에 그치거나 국산화로 끝나는 게 아니다. 국내외 인증과 해상실증, 다수 사용자 피드백까지 거쳐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안영중 한국해양대 항해융합학부 교수 yjahn0726@kmo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