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회 본회의에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인공지능(AI)기본법과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법률안(단통법 폐지안) 등이 처리될 예정이다. 하지만 나머지 산업 육성을 위한 민생법안들은 업계 기대와 달리 진척이 없어 연내 통과될지 미지수다.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탄핵정국이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여야는 각 상임위에서 민생법안 심사에 속도를 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법 등 쟁점 법안에 대한 거부권 공방으로 이들 법안은 뒷전으로 밀리는 형국이다.
미국의 리쇼어링 압박속에서 특히 재계 숙원인 반도체지원법이 답보상태다.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도체 특별법'은 26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추가 논의에 들어가지만 반도체 업계 연구·개발 종사자만 주 52시간 이상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두고 여야간 이견이 크다. 지난달 21일 국회 산자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첫 논의가 있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정부는 반도체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내용의 이른바 'K칩스법'도 재추진한다. 세액공제율을 5%포인트 높이는 게 핵심이다. 이달 말 발표할 '2025 경제정책방향'에 포함할 계획이다. 하지만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정부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반도체 산업 지원법 뿐 아니라 미래차와 이차전지 부문에 대한 정부의 직접 보조금 지원도 업계별로 지속적으로 요구고 있다.
AI와 반도체 시장의 급성장으로 대용량 전력 공급도 절실해졌다. 관련 업계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나 여야는 논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21대 국회 처리가 무산됐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역시 여야 추가 논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외에도 한국 증시 체력을 키우기 위한 밸류업 기업 주주에 대한 배당소득 저율 분리과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한도 상향 등의 민생경제 법안도 쌓여있다.
이들 법안 대부분은 현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것들이다. 하지만 탄핵 정국으로 정부가 동력을 잃으면서 힘이 더 빠졌다. 오히려 산업계가 우려하는 상법 개정안, 국회증언법 등에 무게가 싣고 있다. 야당은 당론으로 채택된 상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오는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공청회를 거쳐 내년 초까지 이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한국산업연합포럼은 18개 경제단체와 함께 “상법 개정안과 상장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 제정안이 기업 경영을 위축시키고 기업과 주주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호소했다.
국회증언법의 경우 기업의 영업비밀과 개인정보를 포함한 중요 정보들을 국회 요구시 의무적으로 제출해야하는 만큼 기업의 기밀과 주요 핵심기술 유출 등에 우려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한시름 덜게됐지만, 야당의 재발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정부와 국회가 반도체와 전력망 공급, 첨단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으로 경제회복에 힘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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