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요리를 잘 안 하는 1~2인 가구는 음식물쓰레기가 거의 없다?
아니다. 먹고 남긴 반조리 식품과 설거지 할 때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를 감안하면 싱크대 거름망은 의외로 지저분하다. 야심차게 사들였다가 기억 저편으로 멀어진 각종 채소, 기억이 가물가물한 냉동실 떡과 부침개까지…. 냉장고에는 항상 의외의 '고대 아이템'이 발굴을 기다리고 있다.
음식물처리기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무관한 가전이라고 생각해왔다. 몇 개월에 한 번씩 필터를 교체해야 하는 가전을 사용하면서 부수적으로 비용이 들고 관리해야 하는 불편과 부담이 더 크다는 생각도 들었다.
피코그램의 음식물처리기 '퓨리얼 클린어스'는 사용할수록 이같은 생각을 바꿔줬다. 가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 문제, 필터 교체 부담이 적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특히 약 3개월마다 발생하는 필터 교체 비용 부담이 없는 것은 큰 이점으로 느껴졌다. 음식물처리기 필터 가격은 2만~5만원대로, 3개월에 한 번 교체를 권장한다. 퓨리얼 클린어스는 1년에 한 번 에어벤트 카트리지(약 2만원)를 교환해주면 된다.
퓨리얼 클린어스는 피코그램이 자체 개발한 콘텐싱 기술이 특징이다. 고온으로 음식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악취와 습기가 생기는 데 이를 기기 내부에서 물로 변환해 외부로 배출한다. 음식물처리기를 사용하면서 흔히 겪는 문제가 악취와 곰팡이인 데 이 문제를 완전히 차단한 것이다.
물을 외부로 배출하는 기술 특성 때문에 퓨리얼 클린어스는 배수시설이 갖춰진 곳에 설치해야 한다. 제품을 구매하면 설치 기사가 연락한다.
약 두 달간 써본 결과, 냄새나 물 샘 등의 문제는 없었다. 가동 중 외부를 만져보니 약간 따뜻한 정도에 불과했다. 소음도 거의 느껴지지 않아 부엌에 놓고 사용해도 괜찮겠다고 느껴졌다.
제품 설치 이후 토마토, 양배추, 카레가 들어간 걸쭉한 채소스프를 투입했다. 가동 이후 가보니 베란다에서 카레향이 느껴졌다. 진한 양념이나 향이 짙은 음식물은 꼭 씻어낸 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을 간과했다.
혹시나 제품에 냄새가 베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작동이 끝난 제품 내부에 물을 채우고 세척모드를 돌려봤다. 다행히 냄새 흔적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후에는 냉동실에서 잠자던 오래된 식재료, 냉장고 속 잔반, 시든 과일 등을 시험했다. 음식물쓰레기 봉지에 넣었더라면 1리터 용량 서너 개를 꽉 채웠을 분량이지만 건조된 결과물은 모으고 모아도 봉지를 다 채우지 못했다. 피코그램에 따르면 음식물 부피를 최대 93%까지 줄여준다고 한다.
두달여 간 사용해보니 밥솥만큼 부엌 살림에 꼭 필요한 가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 사용 시 한 가지는 고려해야 한다. 물을 배출하는 기술 특성 상 한겨울에 온도가 낮아지는 베란다 등에서는 제품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니 겨울 한파를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