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재무통=행장' 공식 깨졌다···차기 리더 '디지털 전문성' 급부상

이환주, KB계열사서 직행
이호성, 디지털 실적 인정
정진완, 기업영업 전략 강점
강태영, 은행권 DT 전문가

은행권 차기 행장 경쟁에서 디지털 역량을 갖춘 인사들이 약진했다. 디지털 역량을 앞세워 그간 행장 후보 코스로 여겨졌던 '서울대' '재무통' 공식을 타파했다는 평가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차기 5대 은행장(KB국민·하나·신한·우리·NH농협) 후보 가운데 신한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은행은 모두 비(非)서울대 출신, 실무형 인사를 낙점했다. 은행 외 계열사 임원이 행장 후보가 된 사례도 3건이나 나왔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현직 5대 은행장 중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면 교체라는 평가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임 행장 교체시기에 중 5명 중 3명이 서울대 출신이고, 대체로 은행이나 지주에서 경력을 이어온 것을 감안하면 달라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5대 은행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전후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재무통을 행장에 보임하며 안정적 운영을 꾀했다. 주로 서울대 출신을 중용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2023년 취임, 서울대 국제경제학)을 포함해 이승열 하나은행장(2023년 취임, 서울대 경제학), 이원덕 우리은행장(2022년 취임, 서울대 농업경제학, 중도사퇴로 조병규 행장 승계) 등 5명 중 3명이 서울대 경제학 관련 전공자들이었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왼쪽부터) 이환주 KB국민은행장 후보, 이호성 하나은행장 후보,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 강태영 NH농협은행장 후보. 사진제공=각 사
(왼쪽부터) 이환주 KB국민은행장 후보, 이호성 하나은행장 후보,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 강태영 NH농협은행장 후보. 사진제공=각 사

5대 은행은 이번 행장 인사에서 디지털·비(非)은행 경영에서 실무에서 성과를 보인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금융업권간 경계가 무너지고, 디지털전환(DT)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현장에서 역량을 입증한 이들을 전진배치했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 후보(성균관대 경영학)는 계열사인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 시절 성과로 KB계열사 CEO에서 은행장으로 직행한 첫 사례를 기록했다. 이 후보는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IT전산통합을 마무리 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또 KB금융지주 비은행 순익 제고에 기여한 것도 행장 후보로 선임된 주요 배경이다.

이호성 하나은행장(경희사이버대 자산관리학) 후보 역시 하나카드 대표 시절 디지털 상품을 중심으로 실적을 개선한 성과로 행장 후보로 낙점됐다. 이 후보자가 주도한 '트래블로그'는 출시 2년 여만에 발급 건수가 700만장을 넘어서는 등 여행업계 대표 디지털 금융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은행 재직 시에도 항상 최고 실적을 낸 '영업통'이다.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경북대 법학)는 은행권에서 기업영업 스페셜리스트로 꼽히는 인물이다. 부행장 취임 1년 만에 1968년생이라는 젊은 나이에 행장으로 파격 발탁됐다. 중소기업에 구매·공급·금융 관련 전산 솔루션 공급망금융 플랫폼 '원비즈플라자'를 안착시킨 주역으로 디지털 전략에도 밝다.

강태영 NH농협은행장 후보(건국대 축산학)는 아예 디지털 부문에서 부행장 경력을 키웠다. 올원뱅크사업부, 디지털전략부 등을 거쳐 DT부문 부행장직을 수행한 은행권 대표 DT 전문가다. NH농협은행이 최근 집중 개선 중인 DT 전략에 힘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고 주문도 많다”면서 “특히 내년 경기침체 등으로 산업에서 보수적 경영기조가 만연한 가운데, 경영진 교체를 마친 은행권은 관리 일변도보다는 공격적 영업과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