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이동통신 자회사와 금융권 등 대기업 계열 알뜰폰에 대한 점유율 규제에 나서면서 시장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도 대기업 점유율 제한에 따른 반대급부보다는 사전규제 재도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이통 자회사와 금융권 등 대기업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60%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알뜰폰 업계는 규모 있는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기존 사업자의 영업 활동이 대폭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올해 8월 기준 이통 자회사 알뜰폰 5개사와 금융권을 포함한 대기업 계열 알뜰폰 가입자수는 487만9959명이다.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제외한 시장 점유율은 51.8%에 이른다.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앞으로 대기업 알뜰폰의 추가 확대폭은 8.2%에 그친다. 가입자 기준 약 80만명밖에 늘릴 수 없는 셈이다.
기존 사업자의 마케팅 경쟁 위축뿐 아니라 대기업의 신규 진입도 사실상 어려워진다. 새해 서비스를 앞두고 있는 우리은행 알뜰폰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알뜰폰 자회사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 알뜰폰이 고객 서비스 투자를 주도해온 만큼 영업 축소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예상된다”면서 “대기업 알뜰폰의 순기능을 유지하면서 중소 알뜰폰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정책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알뜰폰 시장 파이가 커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알뜰폰 순증 규모는 감소세다. 알뜰폰이 이통사와 경쟁하려면 서비스 투자와 혁신 여력이 있는 대기업 알뜰폰 활성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성장의 상단이 정해진 상황에서 경쟁 유인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경쟁력 있는 알뜰폰을 육성, 통신시장 경쟁을 활성화할 메기로 키우겠다는 정부 청사진에도 먹구름이 꼈다.
중소 알뜰폰 업계는 도매대가 사전규제 재도입이 담기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새해 3월부터 도매대가 규제가 기존 정부 주도 사전규제에서 사업자간 개별협상 후 사후검증 방식으로 전환된다. 협상력 열위에 있는 알뜰폰 입장에선 도매대가 인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우려가 높다.
중소 알뜰폰 관계자는 “군소사업자 입장에서는 대기업 규제에 따른 반대급부보다는 도매대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이 부분이 빠진 것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이 사전규제 재도입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사후규제 시행 전에 사전규제로 회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야당의 반대로 보류됐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대기업 알뜰폰의 과도한 영향력을 제한하면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 이후 불리해질 수 있는 중소 알뜰폰을 보호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현재 1000만명에 육박하는 전체 알뜰폰 가입자 중 절반 이상이 대기업 계열이다. 단통법 폐지로 마케팅 경쟁이 활성화될 경우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알뜰폰의 생존권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의 알뜰폰 사업 현황 실태조사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알뜰폰 대기업 계열사 수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개정안 시행전 명확한 점유율 규제 기준 마련을 위해 알뜰폰 운영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
박준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