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에서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2심 판결을 일부 뒤집었다. 피해자들이 사망한 원인이 어떤 가습기 살균제 탓인지 구체적으로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는 26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 98명 중 94명은 SK케미칼, 애경산업, 옥시레킷벤키저 등 여러 회사의 가습기 살균제를 함께 사용한 '복합 사용자' 그룹이다.
검찰은 이들 회사의 임직원을 업무상 과실치사죄의 공동정범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2심 법원은 검찰의 논리를 받아들여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 등과 과실범의 공모 관계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이날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제조·판매에 관여한 가습기살균제의 주원료는 PHMG 등이고, 이번 사건 살균제의 주원료는 CMIT/MIT로, 그 주원료의 성분, 체내분해성, 대사물질 등이 전혀 다르고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활용하거나 응용해 개발·출시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어떤 제품이 개발·출시된 후 경쟁업체가 '기존 제품과 주요 요소가 전혀 다른 대체 상품'을 독자적으로 개발·출시한 경우에는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정을 공동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볼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SK케미칼·애경산업의 가습기살균제와 옥시 등이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는 전혀 별개의 상품이기 때문에 이들을 공동정범으로 묶어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파기환송 후 2심 법원에서는 복합 사용자 그룹 피해자들의 사망 원인을 구체적으로 규명해 잘잘못을 가려야 한다.
SK케미칼은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이번 판결과 별개로 피해자분들의 고충이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죄송스러운 심경”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해 회복을서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부연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