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고재진 KETI 본부장 “AI 기반 제조, 낮은 가격과 높은 품질 동시 달성”

고재진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융합시스템연구본부장.
고재진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융합시스템연구본부장.

“과거와 달리 개인 맞춤형 생산체계가 중요해졌습니다. 최근 기업들이 첨단 제조기술을 활용, 단순 자동화를 넘어 다양한 제품을 높은 품질로 생산하는 데 집중하는 배경입니다.”

고재진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융합시스템연구본부장은 '자율 제조'를 첨단 제조기술의 핵심 키워드로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자율 제조는 인공지능(AI) 기반으로 로봇과 장비를 제조공정에 결합해 생산 고도화 및 자율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품 생산에 대한 고객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서 낮은 가격과 높은 품질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자율 제조 수요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고 본부장은 현대차그룹의 싱가포르 공장(HMGICS)을 대표 사례로 지목했다. 기존 컨베이어 벨트 방식의 고정된 생산에서 벗어난 최초의 자율 제조 공장이라는 평가다. 이를 통해 고객 맞춤형 제품을 위한 유연성과 생산성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고 본부장은 “자동차 산업은 최근 고객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선호하는 차종의 변화가 빨라져 유연한 생산 방식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HMGIC는 자동차 핵심 공정을 27개 셀로 나누고 필요한 공정을 자율이송로봇(AMR)이 옮겨가며 제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생산차량, 공정 순서 등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고객 주문에 맞춤형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능형 제조 플랫폼이 제조 전반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로 공정을 최적화하도록 했으며, 200여개의 모바일 로봇을 공정 상황에 맞춰 생산 효율성을 높인 게 주효했다. 여기에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가상 제조 기술로 미리 자동차를 만들어보면서 고품질 제품 제조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고 본부장은 자동차가 아닌 다른 산업군에도 제품에 따라서 최적화한 첨단 제조기술이 개발돼 적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업의 경우 대형 제품 제조를 위해 철판을 용접하는 공정이 중요한데, 용접 숙련공이 줄면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려고 제조 현장에는 AI를 활용, 최적 용접 조건을 자동으로 세팅하고 공정을 자동화하는 로봇이 도입되고 있다.

연속 공정이 특징인 정유업이나 철강 분야는 원재료가 투입된 후 자동화된 생산라인을 통해 중단 없이 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실시간 분석 및 제어 기술을 적용, 주요 변수를 조정하며 생산 효율을 높이고 있다.

고 본부장은 AI 기반 자율 제조 기술을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반적인 제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경우 대기업이나 일부 대기업 협력 중견기업과 달리 투자 대비 성공사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비용과 자원 제약 탓이다.

고 본부장은 중소기업 맞춤형 벤치마킹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중소기업 자율 제조를 위한 재정·기술적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조업은 어느 산업보다 AI 역할이 중요하고 필수적”이라며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AI 기술 개발과 도입을 가속화하고, 중소기업까지도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