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여겨지는 실손보험에 보험료 인상률이 1년 사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연말 예정됐던 실손보험 개혁안 발표는 계엄 여파로 답보 상태다.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내년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평균 인상률이 약 7.5%로 산출됐다. 직전년도 평균 인상률이 1.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5배나 높아진 수준이다.
세대별로는 △1세대 실손 평균 2% △2세대 6% △3세대 20% △4세대엔 13%대 인상이 새해부터 반영될 예정이다. 직전엔 2세대 평균 1%, 3세대는 18%가 인상됐으며 4세대 보험료는 동결, 1세대엔 4% 인하가 적용됐다.
새해 실손보험료가 크게 인상되는 건 올해 보험사 손해율이 악화된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작년 기준 실손보험 적자가 1조9700억원으로 전년(1조5300억원)보다 4400억원가량 확대됐는데 올해는 이보다 큰 적자가 예상된다.
실제 보험연구원은 국내 보험사 전세대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이 2022년 117.2%, 2023년 118.3%에서 올해 상반기 118.5%로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손해율이 100%를 넘었다는 건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보다 지급한 보험금이 많아 적자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손해율 높이는 요인으로는 비급여 항목, 과잉진료, 의료쇼핑 등이 꼽힌다. 작년 비급여 항목으로 지급된 보험금은 8조126억원으로 급여(6조687억원) 대비 2조원가량 높았다. 필요한 치료보다 과한 치료를 권유·요구하는 일부 병의원과 소비자로 인해, 보험금을 신청하지도 않은 소비자 보험료까지 인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 온 실손보험 개혁이 동력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계엄 여파로 비급여와 실손보험 개선안이 포함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 발표가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 단체 3곳이 계엄 포고령에 포함된 '미복귀 전공의 처단' 문구에 반발해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당초 이달 19일 예정돼 있던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 공청회도 취소되면서 실손보험 개혁이 좌초될 위기다. 전문가들은 탄핵 정국과 별개로 선량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실손보험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실손보험 지속가능성과 소비자를 위해 개혁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비급여로 인한 누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악순환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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