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원AI, 한·미 증시 신규상장사 비교 분석〉 주춤하는 반도체, 급부상한 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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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혁신과 연구개발 강화, 산업 간 융합 및 협력 강화'

꺼져가는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되살리기 위해 가장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로 원AI가 내린 결론이다.

전자신문은 혁신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인 코스피와 코스닥, 국내 증권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의 특성을 원AI에 물었다. 국내 증시 상장기업의 기술 현황과 경쟁력, 비교우위 등을 미국 나스닥 신규 상장사와 비교·분석해 나온 K테크의 혁신 해법은 주요 연구기관의 결과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술의 다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신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것”은 물론 “반도체, 전자부품, 모빌리티 및 전기차, 의약품 및 의료기기 등 다양한 산업 간 융합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지난 25년간 국내 증시에 신규 진입한 2725개 기업의 주요 제품과 서비스의 트렌드를 분석해 원AI가 내린 해법이다.

◆도전자 사라진 반도체…“기술 다변화·응용 분야 혁신 시급”

원AI의 지난 25년간의 신규 상장 기업 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단연 반도체의 위상이다. 2000년대부터 2010년까지 꾸준히 증시에 새롭게 이름을 올리며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반도체 업종은 2020년 들어 주요 상장 업종에서 빠져나갔다.

원AI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비메모리 반도체칩, 터치스크린칩 등 다양한 반도체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이 늘어났다”며 '전자 및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주요 트렌드로 꼽았다. 2010년대 역시 “비메모리 반도체,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들이 계속해 성장”했다며 '전자 및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꼽은 반면 2020년대에는 그런 언급이 사라졌다. 2020년부터 2024년의 단기 트렌드에서만 “반도체 및 전자부품 제조업의 중요성” 정도로만 짧게 반도체 업종과 관련 변화를 언급하는데 그쳤다.

다만 나스닥과 비교해 국내 상장기업의 기술 우위를 묻는 질문에서는 반도체가 역시 최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나스닥과 비교한 한국 반도체 및 전자부품 기업의 경쟁력을 “디스플레이 구동 칩, 주문형 반도체(ASIC), 차량용 반도체 등 특정 응용 분야에 집중”된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같은 대기업과의 협력 및 공급망 구축을 통해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한국 반도체 기업의 비교 우위라고 언급했다.

결국 최근 4~5년간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 혁신을 주도할 강력한 도전자, 신규 상장기업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대기업이 지난 20여년간 쌓아온 반도체 시장의 비교 우위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걸 시사하는 부분이다.

실제 원AI는 국내 반도체 기업이 “특정 산업군(예: 자동차, 디스플레이)에서의 수요 증가에 따른 기술적 전문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특정 분야에 집중되어 있어 기술 및 시장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약점을 꼬집었다. 반도체 신규 상장기업의 “기술의 다변화와 함께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의 혁신 추구”를 통해 향후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강력 성장' 첨단 바이오, K테크 주력 업종 기대 증폭

의료 및 바이오 산업 역시 최근 5년간 위상이 급변한 분야다. 지난 20여년간 한국 경제를 주도했던 반도체가 정체기에 들어섰다면, 의료 및 바이오 산업은 국내 증시에서 2020년대 들어 폭발적 성장을 보이고 있다. 원AI는 2000년대의 '초기 단계', 2010년대의 '급성장'을 지나 2020년대에는 '폭발적 성장'을 주요 트렌드로 꼽았다. 실제 지난 5년간 국내 증시에는 방사성의약품, CAR-T세포치료제, 항암제 신약, 유전자 치료제 등 다양한 바이오·의약품 분야의 기업이 새로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원AI의 표현 방식에도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여타 분야에 대해서는 '두드러진다', '관련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와 같이 다소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과 달리 유독 바이오 업종에 대해서는 “바이오 의약품, 재생의학, 세포치료제, 유전자 치료제 등 분야에서 강력한 연구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향후 5년간의 기술 개발에 따른 경로 역시 “강력한 성장이 예상된다”면서 높은 평가를 내렸다.

이 밖에도 원AI는 △전기 및 이차전지 제조업(이차전지 관련 부품 및 시스템, 배터리 양극재 등) △소프트웨어 및 게임 개발(게임 소프트웨어, AI 기반 솔루션 등) △의약품 및 의료기기 제조업 (항암제, 진단키트, 의약품 제조) △엔지니어링 및 기술 서비스(IT서비스, 자동화 엔지니어링) △화학제품 제조업 (화장품, 바이오에너지, 특수가스 등) 등 5개 업종을 2020년대 주요 증시 상장 업종으로 꼽았다.

원AI가 분석한 2000~2024년 국내 증시 신규 상장 기업 트렌드 변화
원AI가 분석한 2000~2024년 국내 증시 신규 상장 기업 트렌드 변화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