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과 영풍, MBK파트너스가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내년 1월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치열한 수 싸움을 펼치고 있다.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외국인 투자 의혹을 강조하며 판세 뒤집기에 나섰다. MBK 측은 집중투표제 도입 반대 및 외국인 투자 의혹 해소에 집중함과 동시에 앞서는 지분율로 임시주총을 승리한다는 복안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오는 1월23일 열린다. 고려아연은 이번 임시 주주총회 안건으로 주주인 유미개발이 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 및 이사회 이사 수 19명 상한, 소액주주 보호 명문화 등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영풍 측이 제안한 집행임원제 도입과 이사 14명 신규 선임도 상정됐다.
양측의 안건이 모두 상정된 만큼 이번 임시주총 표 대결이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고려아연과 MBK 측은 모두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MBK는 주주명부 폐쇄 마지막 날 고려아연 지분 1.13% 취득에 성공, 총 40.97%의 지분을 확보하며 “지배구조를 바로 잡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윤범 회장이 지분에서 밀리지만 고려아연 경영진은 “상대의 움직임을 이미 예측·파악하고 충분한 대응 준비를 해왔다”며 “많은 분들의 도움과 여러분들의 헌신에 힘입어 굳건한 승리의 원동력을 마련했다고 확신한다”는 메시지를 임직원들에게 전했다.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를 통해 주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겠다는 복안이다.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를 위한 대표적인 제도로 시민단체, 정치권, 금융권 등에서 도입을 적극 권장해 왔다. 소수주주 의결권을 집중해 이들이 추천한 이사를 선임, 모든 이사가 대주주 의사대로 선임되는 걸 막을 수 있다.
고려아연은 외국인 투자 제한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국가핵심기술 및 국가첨단전략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외국인이 투자할 경우 국가첨단전략산업법 등에 저촉받게 된다. MBK는 회장과 대표 등기임원,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이 모두 외국인으로 알려졌다.
MBK 측은 집중투표제 청구는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집중투표제를 제안한 유미개발이 최 회장 일가 소유의 회사고 해당 회사를 통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 논란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정면 반박하고 있다. “고려아연에 투자하고 있는 주체인 'MBK 파트너스 유한책임회사'는 국내 법인”이라며 “고려아연에 대한 투자 및 주요 결정은 MBK파트너스 유한책임회사의 최대 주주이자 한국기업투자홀딩스의 대표이사인 김광일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한 MBK 측은 기관투자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행보를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임시주총 직전까지 양측의 치열한 수 싸움이 펼쳐질 것”이라며 “고려아연과 MBK 측이 임시주총에서 승리하기 위해 한동안 바쁘게 움직일 것”이라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