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계 석학과 산업계 리더는 우리나라 전통 주력 산업 동력이 사실상 소실됐다고 진단하며, 인공지능(AI) 기반 신산업 경쟁력 확보 필요성을 제기했다.
기존 K반도체·K제조 경쟁력 등 K테크와 AI을 융합해 온디바이스 AI·지능형 자율 제조 등 신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12대 주력 산업 중 재도약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로는 자동차·반도체를 동시 지목했다.
전자신문이 2025년 새해를 맞아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64명을 대상으로 'K테크,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온디바이스 AI(35.9%), 지능형 자율 제조(31.3%), 전력반도체(15.6%) 등을 지목했다.
우리나라가 확보한 반도체·제조 경쟁력과 AI를 융합하면 세계 시장을 선도할 파급력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결과다.
이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전체 76.6%가 연구개발(R&D)을 통한 차별화 기술이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21.9%는 '기업의 과감한 사업 구조 재편'을 거론했다.
자동차·조선·철강·석유화학·정유·섬유·가전·반도체 등 12대 주력 산업 중 재도약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로는 전체 70.3%가 자동차·반도체를 선택했다. 이들 산업이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했고,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했다는 게 이유다.
자동차·반도체는 올해 역대 최대 수출을 쌍끌이 견인한 산업으로, 호실적이 설문조사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2대 주력산업의 경쟁력 지속 기간을 묻는 설문에 전체 45.3%가 '3년에서 5년'이라고 응답했다. 3년내라고 응답한 비율도 37.5%로, 전체 82.8%가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길어야 5년 안팎으로 내다봤다. 산업별로는 전체 50%가 석화 업종의 경쟁력이 가장 취약하다고 응답했고 섬유, 일반기계, 디스플레이·철강·정유·이차전지가 뒤를 이었다.
석화 업종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막강한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중동의 진출로 어려움을 겪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섬유, 디스플레이, 철강 등은 물론 국내 재계 1~4위 기업이 모두 진출한 이차전지 산업의 미래도 어둡게 전망했다.
우리나라 경제가 장기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응답은 78.1%로 압도적이었다. 우리나라 성장 엔진이 꺼진 이유로는 39.7%가 '새로운 성장 동력의 적기 확보 실패'를 손꼽았다. 이어 33.3%가 '노동 시장 경직, 투자·고용 부진'에서 이유를 찾았고, '중국의 주력 산업 잠식'이 22.2%로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73%가 현재 위기를 초래한 원인으로 내부 요인을 지적했다.
장석인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부터 중국의 주력 산업 경쟁력 역전 등 경고가 나왔지만 실상은 대안으로 내세운 미래 신성장동력 분야도 이미 중국의 경쟁력이 앞서기 시작했다”며 “특정 기술·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과거 전략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국가 비전을 재설정하고 그에 맞는 산업·R&D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