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기후테크로 韓日中 3국 중심 아시아 번영을 꿈꾸며

트럼프 2.0시대를 맞아 가장 긴장감이 높아질 두 분야를 꼽는다면 통상정책과 기후변화대응일 것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취임 첫날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행정명령으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기후변화대응 분야도 통상분야와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다. 기후변화라는 단어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 당선자가 바이든 대통령이 재가입한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 될 것이다.

기후변화대응은 한 국가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국가가 협력하고 상호 배려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다.

친환경, 기후변화 대응 그리고 탄소 중립을 국가의 주요 정책 의제로 설정한 유럽 국가들과 '기후변화는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미국 정부와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미국과 유럽대륙의 기후변화를 둘러싼 긴장 속에서도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극한기후는 국가간 협력을 강제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역사 이래 최초의 유럽의 대홍수, 미국의 대형 산불과 초대형 허리케인은 기후변화 공동 대응을 위한 협상 테이블로 양 대륙의 지도자들을 끌어낼 것이다.

1965년, 1990년, 2023년 국가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순위
1965년, 1990년, 2023년 국가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순위

◇인접국 보유한 기후테크 확대 발전시켜야

기후변화에 대한 전 지구적 협력 못지않게 인접국과의 협력도 중요하다.

우리는 인접한 중국, 일본과 1999년부터 3국 환경 장관회의를 통해 동북아지역 환경문제에 공동 대응하고 있다. 초창기 황사 문제 대응을 시작으로 미세먼지, 생물다양성 보전, 해양오염 문제 등 다양한 의제를 협의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대응이 가장 중요한 핵심 의제 중 하나다.

필자는 기후변화, 나아가 기후위기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요즘 시대에 3국의 환경 장관회를 연계함으로써 회의 효율성을 올릴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해봤다.

협의체를 한국, 일본, 중국 3국이 보유한 기후테크를 중심으로 확대·발전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3국이 보유한 기후테크를 중심으로 친환경·녹색성장 기반의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만들고, 동시에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전 지구적 명분을 수행해 3국 국가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한국, 일본, 중국 3국이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은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원천기술 실용화, 실증 기술로의 전환 능력, 일본의 핵심 원천기술 확보 능력, 그리고 중국의 경제성을 확보한 대량 생산기술 확보 능력이 핵심이다.

이처럼 3국은 기술 실현을 위한 세 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다. 이런 능력을 보유한 3국의 협력은 초기 상태인 기후테크 산업의 확대·발전의 큰 동력이자 친환경 녹색 경제 성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해당 회의가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와 치밀한 협력 전략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대응은 한 국가가 해결하기 어렵듯이 한 국가 차원 대응에서도 범부처 대응은 필수사항이다.

따라서, 환경장관 회의를 기후변화 대응이 필요한 부처로 확대하거나 가칭 '한·일·중 기후테크 신경제 협의체'의 새로운 협력 회의를 구축하는 것을 제안한다.

◇글로벌 기술협력 전략 필요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글로벌 기술협력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국가녹색기술연구소에서 만든 '기후기술 국제협력전략지도'를 적극 활용하면 3국에 모두 도움이 되는 협력 전략 수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글로벌R&D전략지도 예시 (자료=과기부)
글로벌R&D전략지도 예시 (자료=과기부)

이 전략지도는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에 대해 협력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국가와 연구기관, 기업, 대학의 기술수준을 도출해 적정한 협력기관을 찾아주는 기능이 있어 3국 간의 실질적 기술협력을 촉진할 것이다.

세계 경제의 25%를 차지하고 전 세계 이산화탄소 37%를 발생시키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의 기후변화 대응·협력은 세계기상기구(WMO)에서 보고한 2023년 지구 평균 기온 1.54도 위험을 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2024년 세계 제조업 경제 규모 (자료=영국 경제정책연구소(CEPR))
2024년 세계 제조업 경제 규모 (자료=영국 경제정책연구소(CEPR))

'기후 악당'이라는 불만을 듣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세계 경제와 이산화탄소 배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3국 간 협력을 기반으로 불만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1위 국가인 중국 역시, 한국과 일본의 기술 협력을 바탕으로 녹색 친환경 경제 성장 틀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유사한 자원 빈국인 일본도 친환경 녹색성장 경제를 구축함으로써 신재생 에너지 자원 보유 국가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금융과 서비스 등 3차 산업 국가에서 제조업 국가로 되돌아간다는 보도가 많다. 산업구조의 회귀는 산업혁명 이후엔 없었던 일이다. 제조업은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조금이라도 싼 곳으로 옮겨가는 게 시장경제 메커니즘이다. 영국이 1880년 이후, 미국은 1970년대 이후 산업이 금융화한 이유다.

미국이 시장의 원리보다 시장을 무기화하고, 보조금을 앞세워 일으킨 공장건설 바람이 제조업 부활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많다.

미국이 제조업 부활로 경제 성장을 유도하고 있으나, 이는 산업혁명 이후 역사에 반하는 방향이다. 제조업으로 성장한 선진국의 제조업 부활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에 반해 한국, 중국, 일본, 그리고 대만이 위치한 아시아는 제조업 강대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중·일 3개국의 제조업 점유율을 전 세계의 40%, GDP는 전 세계의 25%를 차지하는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다.

이런 세계 산업구조 현실에서 친환경, 녹색성장, 기후변화 대응 프레임을 적용해 과거 대한민국이 주장한 녹색경제성장을 확대 보급해 기후위기 시대 대한민국 위상을 올릴 수 있는 전환점을 만들어 보자.

이상협 국가녹색기술연구소장

이상협 국가녹색기술연구소장
이상협 국가녹색기술연구소장

〈필자〉국가녹색기술연구소(NIGT)를 이끄는 소장으로서 데이터에 기반한 탄소중립 기술을 선별하고 국제협력 연계를 활성화하는 전략수립 기관으로 성장하는데 힘쓰고 있다. 이 소장은 현재 과기정통부 기후·환경연구개발사업 추진위원회 위원, 서울시 은평구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환경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4년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근무하며 기후환경연구소 물자원순환연구단장을 거쳐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 에너지환경기술단장을 역임했다. 152편 논문과 122건 특허를 보유했다.

환경부 장관 표장 2회, 환경기술 우수상, 미래창조과학부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후정책유공자 표창, 환경산업기술원 20주년 우수기술 50선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