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쏟아지는 신주 물량…코스닥은 연초부터 빨간불

연초부터 코스닥 상장사의 전환사채(CB) 물량이 증시에 대거 유입되고 있다. 정치적 불안으로 코스닥 지수가 연일 출렁이는 가운데서도 신주 전환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에도 이미 대거 발행된 물량이 대거 풀리면서 가뜩이나 호재 없는 코스닥 시장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일 HLB생명과학의 상장주식 총수는 1억2188만주로 직전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지난해 9월말의 1억1867주 대비 327만주 가량이 증가했다. 지난해 말 CB 전환으로 320만주가 신규 상장된데 이어 앞서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권리 행사가 잇따르면서 유통 주식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번에 HLB생명과학이 신주로 전환한 CB물량은 지난 2023년 발행된 물량이다. 지난해 8월 신규로 발행한 500억원 규모의 13차 CB물량은 물론 앞서 발행한 11차 CB 물량이 남아있다. 여기에 최근 권리행사가 잇따르는 9차 BW 역시 오는 5월까지 순차로 소화해야 한다. 2일 역시도 BW권리 행사 물량이 추가로 상장됐다.

HLB생명과학 외에도 이날 코스닥 상장사 아톤의 BW 물량과 에스코넥의 CB발행 물량이 추가로 증시에 풀렸다. 향후 일주일간 광무, 에스티팜, 팜젠사이어스, 제이스코홀딩스, 툴젠, 에스지이 등 코스닥 상장사의 CB 및 BW 등 주식관련사채의 신주 전환 물량이 대거 추가 상장을 앞두고 있다.

주식관련사채는 CB와 BW처럼 발행시 정한 조건을 충족할 경우 발행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주가가 하락하면 채권처럼 이자 수입을 받고, 주가 상승시에는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 실현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연 이자를 0% 내건 채권 발행이 줄을 잇고 있는 추세다. 발행 기업 입장에서는 이자비용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다 향후 실적 개선에 따른 주가 상승이 이뤄질 경우 신주 발행으로 충당하면 되는 만큼 큰 부담이 없다. 발행사와 기관투자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반대로 일반투자자는 추가 주식 물량 출회에 따른 주가 희석이 따른다. 통상 전환가격 대비 높은 주가가 형성되는 시점에서 신규 물량이 나오는 만큼 부담은 더 하다. 실제 HLB생명과학의 주가는 2일 1만원이 넘는 가격에서 지속 거래됐다. 당초 전환가액으로 정한 8990원을 크게 웃도는 가격이다. 이 전환가액 역시 여러 차례 하향 조정된 가격이다.

금융감독원에서도 이처럼 발행사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주식관련사채 발행 관행을 바로 잡기 위해 관련 규제를 지난해 12월부터 강화했지만 아직 큰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미 관련 규제 시행 이전 발행된 물량이 워낙에 많은 까닭이다.

주가 희석 우려에도 대응할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향후 신주 물량 출회가 예상되는 종목의 잔액 조차도 쉽사리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그나마 금감원이 주식관련사채의 신규 발행 공시 과정에서 미상환 주권을 알리도록 하고 있지만 이 조차도 명확한 파악은 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5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의 모습
2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5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의 모습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굳이 부정거래나 불공정거래가 아니더라도 예상하기 어려운 신주 물량 전환에 따른 오버행은 코스닥 투자를 꺼리는 주된 원인이 된다”면서 “단순히 공시 서식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전환사채로 인한 부작용을 막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