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가상자산 ETF 시장 열리나…지수 신뢰성 화두

韓 가상자산 ETF 시장 열리나…지수 신뢰성 화두

가상자산위원회를 중심으로 국내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허용이 논의되는 가운데, 신뢰성 있는 지수 구축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가상자산(암호화폐) ETF는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자산 가격을 추종하는 금융상품으로,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서 투명하고 신뢰성 높은 기준가격 산출이 필수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일찍이 독자적인 지수 개발에 뛰어들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시장·섹터·전략·테마 등 4개 카테고리로 구성된 'UBCI' 지수를 운영하고 있다. 웨이브릿지는 2022년 한국경제신문과 15개 주요 암호화폐 가격변동을 반영하는 'KOVAX15'를 선보였다. 웹3 데이터 플랫폼 쟁글은 상위 30개 암호화폐 시가총액을 추적하는 '쟁글 톱 30 인덱스'를 산출하고 있다.

다만, 이들 지수는 현재 시장 동향 파악을 위한 참고 지표로 활용되고 있으며, 알트코인(비트코인이 아닌 암호화폐)이 섞여 있어 향후 비트코인 ETF 도입 시에는 새로운 지수 체계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ETF 상품화를 위해서는 지수 신뢰성 확보가 관건이다. 실제 미국 비트코인 ETF 출시 논의가 불붙은 당시에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 시장 감시와 조사 체계 부재를 지적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부정확한 거래소 데이터, 비트코인의 익명성, 분산화된 거래 구조로 인해 시장 감시가 어렵고 지수 조작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에 SEC는 감시공유협정(SSA) 등 감시 시스템을 통해 시세조종과 시장 조작을 방지하도록 요구했다.

세계 시장에서는 이미 이러한 요구사항을 반영한 지수로 ETF가 운영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비트코인 신탁(IBIT)은 CME CF 비트코인 기준가격 뉴욕 버전을 채택했다. 미국 코인베이스를 포함한 다수 거래소 가격 데이터를 종합한다. 미국 시장에 최적화한 뉴욕 시각을 기준으로 특정 시간대 거래 데이터 기반 가중 평균 가격을 산출한다.

특히 국내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독특한 환경은 지수 산출을 복잡하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국내 디지털자산거래소 가격만으로 지수를 산출할 경우, 해외 지수와 괴리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최소 2개 이상 거래소의 데이터 활용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면서 “국내 거래량이 저조한 새벽 시간대에는 해외 거래소 가격 흐름을 반영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가상자산위원회는 1월 중순 예정된 2차 회의에서 비트코인 ETF 허용 여부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선 암호화폐를 ETF 기초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해외 암호화폐 현물 ETF 거래도 전면 금지된 상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본격적인 지수개발과 산출 방식은 암호화폐 현물 ETF 허용 이후 실무적으로 결정될 것”이라 말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