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구독 해지 가전의 행방

[ET톡] 구독 해지 가전의 행방

기후 변화로 플라스틱 쓰레기, 헌 옷 등 '버려진 것'의 종착지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여느 물건이 그렇듯 가전제품도 고장나거나 수명을 다하면 최후의 순간을 맞는다.

늘어나는 가전 구독(렌탈)을 보며 짧게는 3년, 길게는 6년인 의무유지기간 중간에 구독 해지한 가전의 행방이 궁금했다. 기능에는 이상이 없지만 고객의 곁을 떠나면 어떻게 되는걸까.

LG전자는 구독 해지한 가전을 전량 폐기, 부품을 재활용한다. 품질에 이상없는 가장 좋은 제품을 고객에게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코웨이는 포천 공장에서 부품을 재활용하고, 쿠쿠홈시스는 상태가 우수하고 보수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제품에 한해 리퍼 제품으로 판매한다. 가전 구독 사업을 시작한 삼성전자는 구독 해지한 제품 처리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통상 구독 해지율은 약 1% 미만으로 추산된다. 구독을 유지하는 고객의 비율이 훨씬 높지만, 1%라는 비율에 숨어있는 고객 수는 꽤 많다. 렌탈 계정 1위인 코웨이는 지난 해 3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렌탈 계정이 약 58만개 증가했다. 산술적으로 보면 해지율 1%는 제품 5800개다. 대형가전까지 구독 품목이 늘어난만큼 1%라는 비율이 유지되더라도 향후 구독 해지 제품 수는 늘어난다.

국내에서는 환경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E-순환거버넌스'에서 폐가전을 수거해 재활용, 재생원료를 생산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있다. 폐가전이 된 이후 재활용도 중요하지만, 환경 보호 차원에서 폐가전으로 분류되기 이전 쓸만한 가전제품을 리퍼제품, 인증 중고가전 등으로 판매하는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바디프랜드는 2023년부터 엔지니어가 수리, 점검한 제품을 중고로 판매하는 '공식 인증 리퍼 안마의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작동에 문제가 없는 제품이라면 새로운 고객의 손에서 제 쓸모를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자원 재활용과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방법이다.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