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에 경영 못 맡겨” VS MBK “집중투표제, 상법·주주평등 위반”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고려아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과 영풍, MBK파트너스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이 환경오염으로 인해 조업정지 처분을 받은 것을 꼬집으며 비철금속 세계 1위 기업의 경영을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MBK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임시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한 집중투표제가 상법과 주주평등을 위반한다고 공격했다.

고려아연은 3일 입장문을 통해 “환경오염 문제로 최근 '58일 조업정지'가 확정된 영풍과 그 파트너인 MBK가 '비철금속 세계 1위' 고려아연의 경영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명백해졌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의 58일 조업정지는 경쟁사인 고려아연에 점유율을 높일 기회일 수 있지만, 영풍과 MBK가 경영할 경우엔 당장 영풍의 적자 보전과 황산 처리, MBK의 투자금 회수가 시급할 수밖에 없다”며 “고려아연 다수 주주의 이해관계와 영풍·MBK의 이해관계가 불일치함으로써 회사 이미지가 훼손되고 경쟁력 악화가 예상되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계속된 환경오염과 제재로 정상적인 영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영풍 석포제련소는 공장 가동률이 50%대(2024년 3분기 말 기준)로 추락했다”며 “고려아연의 현 이사회와 경영진, 임직원은 물론 많은 협력사와 울산 시민들은 제련업에서 명백하게 실패한 영풍이 고려아연을 경영할 경우 '비철금속 세계 1위'라는 위상과 경쟁력이 급격하게 추락할 것을 우려한다”고 전했다.

고려아연은 MBK에 대해 “사모펀드 운용사는 길어야 5~10년 안에 투자금 대비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회사를 매각해야 한다”면서 “국가기간산업 등 장기 투자가 필수인 기업을 사모펀드가 인수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2기 등장으로 각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고, 진영 간 공급망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가 전략산업과 기간산업 보호의 필요성이 매우 커진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당장 적자를 메꿔야 하는 실패한 제련 기업과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하고 고수익을 올려야 하는 투기적 자본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우량 기업 고려아연을 인수하려는 모양새”라며 “당장은 지배구조 개선 등 감언이설을 앞세우지만 실제 경영권을 가져갈 경우 두 기업 간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상황은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의 경쟁력을 짧은 시간에 급격히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MBK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고려아연 주주총회에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무조건적으로 소수주주의 영향력이 커지며, 주요주주는 소수주주의 추천 이사를 지지해야만 하는 것과 같이 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조계 관계자를 인용해 “고려아연 지분 구성을 봤을 때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오히려 일반 소수주주 측 이사선임이 불가능하다는 것, 즉,소수주주의 권리가 역으로 침해된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묘 “최 회장은 자기 자신의 자리 보전을 위해 상법도 위반하고 주주평등의 원칙도 무시하면서까지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