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온고지신] 바이오 혁명, 가능성을 설계해 현실로 이끌자

김현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정책개발실장
김현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정책개발실장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된다.”

20세기 위대한 철학자 얼 나이팅게일의 이 말은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바이오 생태계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기술과 혁신이 빠르게 발전하는 오늘날 이 메시지는 바이오 생태계에 몸담은 우리 모두에게 미래를 설계하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최근 바이오는 인공지능(AI)·컴퓨팅 기술 발전과 결합해 경제와 사회 전반에 새로운 혁신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의 '바이오 혁명(Bio Revolution)'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물리적 자원의 약 60%를 바이오 기술로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현재 경제 구조가 바이오 기반 경제로 전환될 가능성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바이오 기술이 단순히 과학적 혁신을 넘어 미래 경제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민간 연구개발(R&D) 투자에 바이오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은 바이오 기술이 우리 일상에 점점 더 깊이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혁신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바이오 데이터 분석 비용의 급격한 감소와 데이터를 통합·분석할 수 있는 기술 발전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데이터를 단순히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이를 통해 혁신적인 통찰을 얻고 과거 연구를 발판 삼아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이는 마치 거인의 어깨 위에서 더 멀리 내다보는 것과 같다. 바이오는 이제 데이터를 활용해 스스로 진화하는 '과학의 과학'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물론, 데이터 기반 기술혁신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그 잠재력은 경제와 사회 전반에 강력한 '연쇄 효과(knock-on effect)'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R&D 방식에서부터 제조 공정, 그리고 의약품 및 소비재가 전달되고 소비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바이오 가치사슬 전반이 혁신되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가 100% 완벽함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혁신 기술이 가지는 본질적인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하며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생물학적 시스템은 자가복제와 지속 가능성이 뛰어나지만, 예기치 못한 생태계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또 기술 발전에 따라 오용 위험성이 증가하고 새로운 바이오 데이터 유형이 등장하면서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 문제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이런 부정적인 가능성을 이유로 기술 개발과 활용을 멈춘다면, 또 다른 위험과 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 따라서 신중하면서도 균형 잡힌 규제와 관리 방식이 필수적이다. 특히 과학과 기술이 국경을 초월하는 특성을 가진 만큼,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규제정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우리 국민이 과학적 성과와 기술 발전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할 위험이 있다.

바이오 미래는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과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이를 책임감 있게 활용해야 하는 과제를 부여한다. 혁신이 지속 가능하며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명확한 비전과 철저한 준비, 그리고 다양한 주체들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오늘 우리가 내딛는 작은 걸음은 바이오 생태계 발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내일을 결정짓는 초석이 될 것이다.

이제 바이오 혁명을 현실로 이끌기 위해 첫걸음을 내디딜 때다. 혁신 주체로서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설계할 기회와 이를 책임감 있게 실현해야 할 과제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우리의 비전과 행동이 바이오 혁명을 진정한 성공으로 완성할 것이다.

김현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정책개발실장 lawghost@kribb.re.kr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