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을 짓자고 했을 때, 연간 994만명이 이용할 것이라 예측했다. 지난해 실제로는 24만명이 이용했다. 활주로가 항상 텅 비어 있으니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매년 253억원 적자를 내고 있다. 적자를 내고 있으니, 새 쫓는 직원도, 장비도 타공항에 비해 줄여 운영할 수 밖에 없었다. 조류 떼 때문에 공항 입지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우려에도 활주로 공사는 강행됐다. 버드 스트라이크가 난 그 시각, 단 1명의 직원이 수만마리의 새떼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안테나 구조체의 기초 문제로 견고성이 떨어져 보수 공사를 하게 되었다. 공항공사는 지상부의 로컬라이즈 시설이 충격에 잘 부서지도록 설계되어야 한다고 지침을 정해 주었다. 원안에서는 안전을 위해 로컬라이즈의 구조체를 원 바닥에서부터 설치하되 충격에 잘 부서지도록 설치하는 것을 요구했다. 무안공항의 경우 타 공항에 비해 안테나 높이가 높아져야 했다. 공사비가 많이 들고, 유지보수성이 떨어지며, 공사기간을 맞출 수 없을 것이라는 문제점이 도출 된다. 설계사는 공항공사의 원 설계 지침은 지상에 돌출한 안테나 구조물에 한정한 것(부서지기 쉽게)으로 보는 내용의 대안을 제안한다. 설계사 쪽에서 해결안이 공항공사 쪽에 제시된다. 말뚝 기초가 힘을 받아 서로 연결되도록 콘크리트 상판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보강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결국 발주 및 감독관청 공항공사는 설계사의 대안을 승인하고 설계를 완성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설계용역을 내릴 때와 설계서를 채택할 때는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로컬라이즈 구조체의 기초를 제공하는 콘크리트 상판이 추가된 것이다. 크기는 길이 40m, 폭 4.4m, 두께 0.3m다. 이 상판이 4m 이상의 콘크리트 기둥 10여개와 긴밀하게 결합돼 있다. 공항공사는 이 콘크리트 구조물이 흙 속에 묻혀 있으니, 지상 구조물에 대한 '부서지기 쉬운' 요구조항에 위배되지는 않는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했을 가능성이 있다.
큰 실수는 굵은 밧줄처럼 여러 겹의 섬유로 만들어 진다. 무안공항의 참사는 로컬라이즈 기초 콘크리트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둔덕 속 콘크리트가 흙으로 묻혀 있으니 평소 눈에 띄지 않았다. 눈에 안 보인다고 안전이 저절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같은 원인으로 수십 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번의 징후가 반드시 나타난다. 로컬라이즈 기초용 콘크리트 설계 채용의 사례에서 보듯이, 발주처를 감독할 만한 감리 기능이 있어야 한다. 국회의 국정감사로는 안전에 대해 예방 활동, 선제적 대응 등을 할 수 없다. 현재 시공감리는 발주처에서 감리사를 선정한다. 설계를 감리하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 설계감리프로세스에서 개념설계에 대해 검증(베리피케이션) 기본설계에 대해 확인(밸리데이션)이 추가돼야 한다.
설계, 감리 등 법인을 선정할 때 동일 지역에 소재하는 사업자로 제한하기도 한다. 지역 카르텔이란 말이 안 나와야 한다. 지연, 학연 등으로 엮여진 사업구조가 매번 좋을 수는 없다. 이러한 상호 견제 기능이 완비되지 않는다면 더 큰 대형 참사를 불러 오게 된다.
사고 원인 조사, 후속 방비책 등이 신속히 마련돼야 한다. 과거 사례에서 보면 조치 기간이 길면 길수록 결국은 공무원 또는 공기업 직원들만 더 좋아지는 결과로 귀결되고 만다. 책무성은 누군가에게 이양되고 본인들의 근무환경은 더 나아진다. 조직이 신설된다든지, 고위직 티오가 늘어난다든지, 예산이 증액된다든지 등으로 나타난다.
국가 안전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용역에 대해 용역 목적물의 품질에 대해 본원적으로 발주처 즉 공항공사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용역사는 책임을 2차적으로 진다. 사고에 대한 잠재된 원인, 아주 미세한 미징까지도 파악해 적발, 징계, 시스템 재설계 등을 하여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속열차, 잠수함 등 대형 사고는 항시 잠재해 있다. 이를 대비해야 한다.
여호영 지아이에스 대표 yeohy_gi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