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여신전문금융업체들이 꾸준히 신기술투자자산 규모를 늘리고 있다. 신기술금융사가 신규 진입하는가 하면 리스사와 전업카드사도 투자 규모를 서서히 불려가는 분위기다. 금리 인하 안팎으로 먹거리를 다각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8일 여전업계에 따르면 신한캐피탈과 산은캐피탈 등 리스·할부업체를 중심으로 신기술금융자의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신한캐피탈 신기술금융자산 규모는 1조7243억원까지 증가했다. 신기술금융자산은 유망 중소·벤처기업 등의 지분증권과 출자금 등을 의미한다.
신한캐피탈은 지난해 1월 투자금융그룹, 대체투자본부, 벤처투자본부 등을 신설하면서 신기술금융분야 투자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2021년 처음으로 관련 자산이 1조원을 돌파한 뒤 자산 규모를 연일 불려가고 있다. 2023년에는 기관전용 사모펀드의 업무집행사원(GP)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산은캐피탈도 마찬가지다. 신기술금융자산을 지속 늘리고 있다. 지난 3분기 기준 신기술금융자산 규모는 8607억원으로 여전업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잔액 규모를 꾸준히 불려가는 추세다.
이 밖에도 할부금융사인 JB우리캐피탈 역시 신기술 관련 자산이 지난해 3분기 1588억원으로 불었다. 지난해말 440억원 대비 3배 이상 투자 규모가 증가했다. 우리금융캐피탈도 2023 3분기 이후 지속 감소하던 자산 규모가 지난해 3분기 들어 다시 증가세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전업카드사 역시 작은 규모지만 신기술 관련 투자를 재개하는 분위기다. 우리카드와 롯데카드는 지난해 3분기 들어 신기술 관련 자산 규모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우리카드는 우리금융그룹이 조성하는 '디노랩' 공동 펀드를 통해, 롯데카드는 롯데엑셀러레이터의 스타트업펀드 1호 출자를 통해 관련 자산을 키워나가는 분위기다.
이처럼 신기술금융업이 핵심 비즈니스가 아닌 여전사들이 관련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본업에서 수익 창출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카드사는 카드사대로 수수료 인하와 내수부진, 리스사와 할부금융사는 카드사의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 진출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그간 신기술금융업은 카드나 할부, 리스와는 마치 다른 업권으로 여겨졌지만 같은 법률로 규율을 받고 있는 만큼 비교적 업무 확장이 용이한 점이 있다”면서 “지주사 단위 지원을 기대할 수도 있는 만큼 새 먹거리로 주목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벤처투자업계 및 신기술금융사 안팎에서는 금리 인하기에 돌입한 지금이 투자를 확대할 절호의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신기술금융사 등 여전업계의 투자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소폭 줄었지만, 투자 건수는 크게 증가했다. 역대 최고 기록을 썼던 2021년의 1520개사에 비해 1577개사로 피투자기업의 수가 크게 늘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출자기관들이 2021년 출자 규모를 크게 불린 이후 아직까지 회수 시점이 도래하지 않으면서 비교적 자금 여력이 있는 여전업계가 시장에 진입하는 분위기”라면서 “당분간은 금융지주나 기업형 CVC 중심으로 신기술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