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신한은행과 실명계좌 제휴를 연장했다. 향후 법인 시장이 열리면 양사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변화보다 안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코빗은 신한은행과 2018년부터 이어온 실명계좌 제휴를 1년 더 연장했다. 한 시중은행이 코빗 측에 실명계좌 제휴를 제안했다고 알려졌지만 신한은행과 관계를 유지한다.
다만, 코빗이 점유율 침체를 겪으면서 양사 시너지 효과가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코빗이 신한은행에 예치한 현금성 자산 규모는 2019년 264억원에서 2020년 521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만, 2021년에는 707억원으로 정점 찍고 2023년 553억원까지 하락하며 정체된 상태다.
최근 중위권 경쟁에서도 뒤처지고 있다. 과거 3·4위를 다퉜던 코빗 거래량은 코인원의 3분의 1수준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암호화폐 데이터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24시간 거래량 기준 코빗(0.42%) 코인원(1.33%) 수준이다.
코빗이 신한은행과 함께 추진한 수탁 사업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빗이 2020년 설립한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은 신한은행의 지분 투자에도 불구하고 4년간 누적 영업 적자 37억63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수탁 사업 주 고객인 법인 시장진입이 막혀 있어서다.
다만 향후 법인 실명 계좌 발급이 허용될 경우 신한은행과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코빗의 반등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신한은행이 KB국민은행에 이어 기업 대출 2위(173조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법인 고객 유치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빗이 거래량은 적어도 신한이 실명계좌 제휴를 통한 거래소와의 관계를 포기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면서 ”법인 영업이 허용되면 신한은행 기업 고객 기반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위원회가 전날 발표한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법인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을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법인계좌 허용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
박유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