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제11차 국가전력수급기본계획의 국회 통과를 위해 야당 요구를 수용한 조정안을 마련하자 이번엔 여당에서 반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11차 전기본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전기본 시행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국회와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제11차 전기본 조정안을 수립, 국회와 보고 일정을 논의 중이다.
전기본은 장기 전력 수급 예측을 기반으로 전원을 구성하는 국가 법정 계획이다. 지난해 5월 전기본 총괄위원회가 초안을 발표한 뒤 산업부가 부처 협의, 공청회 등을 마치고 정부안을 확정했다.
확정·실행에 필요한 절차는 국회 보고와 전력정책심의회 심의만 남았다. 국회 보고가 사실상 마지막 관문인데 지난 수개월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원전 비중 축소,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골자로 전기본의 수정을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더 이상의 지연을 막기 위해 최근 조정안을 마련, 야당과 논의에 들어갔다.
조정안은 2038년 대형 원전 1기 건설계획을 유보하는 것이 골자다. 11차 전기본 원안에는 2038년까지 대형 신규 원전 3기와 소형모듈원전 1기 건설 계획이 담겼다. 조정안에 따르면 산업부는 신규 원전 건설 분량을 3기에서 2기로 줄이고 대신 재생에너지로 전력 부족분을 채울 계획이다.
계획이 시행되면 재생에너지 보급량은 2038년 기준 2.4GW 증가한다. 발전비중은 2028년 기준 원전은 종전 35.6%에서 35.1%로 줄어들고, 재생에너지는 29.1%에서 29.2%로 늘어난다.
산업부가 조정안을 마련한 것은 국회 보고를 마치기 위해서다. 그러나 현 상황을 감안하면 향후 상황도 낙관하기 어렵다.
조정안을 두고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산업부가 애초 계획에 포함된 원전 건설계획을 4기에서 3기로 축소하는 조정안을 마련하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면서 “민주당의 몽니로 인해 정치권 눈치를 보느라 원전 계획을 축소하다간 국가적 에너지 대참사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여당내 비판 기조가 거세지면 또 다시 전기본이 국회에서 표류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국가 에너지 대계가 정쟁에 흔들리는 난맥을 개선하기 위해선 전기본의 수립·시행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전·재생에너지 비중을 놓고 여야가 줄다리기를 펼치는 상황에서 매 계획이 국회에 발목을 잡힐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상당수 선진국은 장기 전력 수요 예측(아웃룩)만 하고 전원 구성은 시장에 맡기고 있다”면서 “이 같은 방식을 100%로 국내에 도입할 수 없겠지만 이에 기반한 대안을 찾고 국회 협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