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치권, 수장 바뀐 '의협'에 “조건 없이 만나자”…소통 모색

김택우 제43대 대한의사협회장(사진=연합뉴스)
김택우 제43대 대한의사협회장(사진=연합뉴스)

정부와 정치권이 의정갈등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김택우 신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반면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 신임 회장은 의료계 내부 정비 후 정부를 만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김택우 회장 당선 직후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하며 갈등 해결을 위한 의지를 내비쳤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대한의사협회의 신임 회장 선출과 관련해 “조속히 의정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특히 환자와 그 가족들은 하루빨리 의료체계가 정상화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의료계와 정부도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의료개혁 추진을 위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비급여 관리 개선 및 실손보험 개혁 방안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현장과 전문가 의견을 듣고, 향후 충분히 논의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치권도 소통하자고 나섰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신임 회장에게 “국민 생명권과 건강권보다 앞서는 가치는 있을 수 없는 만큼 서둘러 대화와 소통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권 위원장은 “서로 열린 마음으로 국민 불안을 덜어 드릴 방안을 모색하자”면서 “이 어려운 시기에 김택우 회장이 8일 당선됐는데, 우선 축하의 말씀 드리며 의료 현안 해결에 앞장서달라”고 주문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대화를 제안했지만 김 회장은 내부 단합부터 집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당분간 협상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김 회장은 일주일 내 의협 상임 이사진을 구성하고 내부 목소리를 단일화한 후 정부를 만날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재 의정갈등 핵심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문제다. 정부는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와 필수의료 분야 인력 확충을 위해 연간 2000명의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의협은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와 의료계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 회장은 당선 소감에서 “2025년 의대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는 반드시 마스터플랜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비정상화된 의료 환경의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2025년 정원이 거의 확정됐다. 때문에 김 회장이 올해 의대 증원은 수용하더라도, 2026년도 의대 정원 수를 두고는 정부와 갈등이 더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회에서 정부와 의료계가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서 2026년 의대 정원을 함께 논의토록 하는 법안을 발의해 소통 창구가 열려 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