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새해 경영 계획과 중장기 전략을 점검하는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회의)이 9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렸다. 핵심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 고강도 쇄신을 바탕으로 대내외 복합 위기를 넘겠다는 의지다.
신동빈 회장 주재로 열린 2025 상반기 VCM에는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와 실장단, 각 사업군 총괄 대표와 계열사 대표 80여 명이 참석했다. 회의는 예정보다 30분 앞당겨진 13시30분 경에 시작했다.
신동빈 회장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은 오전 11시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2023년 상반기 VCM부터 꾸준히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신 부사장은 하루 전인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글로벌 정보기술(IT)·전자 전시회 'CES 2025' 현장을 찾은 바 있다. 미국 일정을 마치자마자 귀국해 곧바로 VCM에 합류한 것으로 관측된다.
계열사 사장단은 회의에 앞서 열린 '인공지능(AI) 과제 쇼케이스'에 참석하기 위해 일찌감치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그룹 안팎 위기 의식을 방증하듯 계열사 사장단은 엄숙한 분위기 속 침묵으로 일관한 채 회의장으로 향했다.
오후 12시18분께 타마츠카 겐이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를 시작으로 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가 차례로 입장했다. 박익진 롯데쇼핑 e커머스(롯데온) 대표,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등도 별다른 언급 없이 회의장으로 향했다. 지난해 인사에서 신규 선임된 정호석 호텔롯데 대표, 김동하 롯데면세점 대표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상반기 VCM은 지난해 경영 성과를 평가하고 새해 사업 전략을 세우는 자리다. 이날 회의에서는 재무·인사(HR) 등 전반적인 경영 방침에 대해 폭 넓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롯데의 위기의식은 어느때보다 높다. 지난해 6월 롯데면세점, 7월 롯데케미칼에 이어 컨트롤타워 롯데지주가 8월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롯데온, 롯데면세점, 세븐일레븐 등 주요 계열사는 지난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지주와 화학군 임원들은 지난해 11월부터 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하고 있다.
신 회장은 위기 극복의 열쇠로 고강도 쇄신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월 신년사를 통해 “경제 상황이 그 어느때보다 어려워 혁신 없이는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강조하며 “올 한 해 더욱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하다”고 당부한 바 있다.
올해 롯데는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이어갈 전망이다.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중장기 전략을 세워 그룹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한다. 비효율 사업은 신속하게 철수하고 계열사 구조조정, 자산 유동화를 통해 재무 건전성 회복에 총력을 기울인다. 지난달 롯데렌탈 지분을 1조6000억원에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한 것이 시발점이다.
한편, VCM에 앞서 열린 AI 과제 쇼케이스에서는 그룹 내 인공지능(AI) 혁신사례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롯데이노베이트, 대홍기획, 롯데건설 등 9개 계열사가 참여해 AI 우수 활용 사례를 공개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