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촬영 과정에서 한 방송사가 병산서원에 대한 물리적 훼손 행위를 저질러 논란이 된 가운데 문화유산청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가유산청이 같은 문제가 여러 차례 발생했음에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10일 본지에 “문화유산청은 사무위임 이전에 벌어졌던 촬영과정에서 유산 훼손 문제들이 반복해서 벌어졌으면서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조차 세우지 않고 훼손 주체에게 책임 묻는 방식으로만 안일하게 대응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국가유산청과 안동시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가유산청 차원의 촬영 허가 절차, 입회 및 사후 관리 등에 대한 지침이 애초에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2014년 국가지정문화유산 촬영 등 허가사항의 권한을 지자체로 이관한 뒤 촬영 허가와 관리 감독 업무를 지자체에 위임한 바 있다.
결국 2014년 촬영 허가권이 지자체로 위임된 뒤 경주시 등 일부 촬영 빈도가 높은 지자체가 자체 계획을 수립해 대응하고 있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안동시는 관련 체계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유산청이 직접 사무를 하던 시기에도 벌어졌던 숱한 촬영 문제들을 사실상 지자체 위임사무로 넘기고 방치했다는 비판이다.
해당 사건은 최근 드라마 촬영 과정에서 안동 병산서원에 못질하는 물리적 훼손이 일어난 뒤 논란이 된 바 있다.
특히 김 의원은 과거 국가유산청이 해당 업무를 직접 수행하던 시기에도 촬영 허가 및 사후 검수 절차 등에 대해 지켜야 할 사항을 정리한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은 존재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2005년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촬영 당시 덕수궁 돌담길 훼손 사건 △2007년 KBS 드라마 대조영 촬영 중 문경새재 대못질 사건 등이다.
국가유산청은 입회인의 입회 의무 나 촬영 허가 조건의 준수 여부를 검수하는 등의 기준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전국 지자체에 촬영 시 입회인이 반드시 입회하도록 하는 지침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동시 역시 같은 날 촬영 허가 시 준수해야 할 자체 가이드라인을 급히 수립했다.
김 의원은 이번 안동 병산서원 훼손 사건이 국가유산청의 수년간 이어진 촬영 등 허가사항에 대한 표준 지침 부재와 감독 소홀이 불러온 결과라는 입장이다. 국가유산의 보호와 보존의 책임져야 할 주무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김 의원은 “국가유산청은 2014년 이후 지자체 위임 사무라며 나 몰라라 할 일이 아니다”며 “K콘텐츠의 중흥과 더불어 국가 유산에서의 촬영 빈도가 더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개별 지자체의 자구노력에 기대지 않고 국가유산청 차원의 촬영 허가와 입회 및 허가준수 여부를 검수하는 표준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지자체를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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