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이 물을 만났다. 그간 연구개발(R&D) 투자와 특허 확보 노력이 국내외 시장에서 빛을 발하며 빠르게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산업 특성상 기술에 대한 보상기간이 길고, 수요·거래 안정성이 뛰어난 점에서 잘 키워나간다면 국가 수출산업으로도 당당히 일익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인류 전체의 공통 관심사인 인간 수명 연장, 헬스케어 수요 확대 등 앞으로 확장될 시장 규모는 가늠하기 조차 힘들다는 점에서 긍정성은 더 커진다.
우리나라 바이오·제약업계 간판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이 조(兆) 단위 앞숫자가 바뀔 정도로 뛰어났다고 한다. 창사 이래 지금까지 없었던 초대형 위탁생산(CMO) 계약을 따내는가 하면, 해외 신약 출시와 바이오시밀러 판매 등이 호조를 보였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의료·제약분야 글로벌 비상사태에 맞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란 점과, 올해 성과가 지난해 보다 더 좋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분위기를 더 밝게 만들고 있다.
제약·바이오산업은 우리나라 산업 구조로 봤을 때 흔히 신산업으로 분류된다. 오랜 기간 제조업을 중심으로 가공이나 공정 개선에 집중해온 기술자 측면에 봤을때 제약·바이오는 그야말로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 내는 신세계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신사업 진출이나 개척을 거론을 할 때 첫번째 꼽는 영역이 바이오·제약 분야이기도 하다.
국가적으로 키울 수 있는 산업으로서 가치는 이제 막 불붙은 인공지능(AI) 기술과 융합에도 맞물려 있다. 세계적인 신약 개발은 결국, 물질 또는 화합물의 조성(組成)을 찾는 지난한 작업이다. 인간 연구자의 노력에 더해 AI의 무한에 가까운 화합방식 계산과 효과 예측이 더해져 국제적 신약 조성법을 찾아낸다면 우리 바이오·제약 기술경쟁력은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여기에 양자컴퓨팅기술까지 더해진다면 지금의 글로벌 신약·바이오 강국 지도를 우리 주도로 새로 그려나갈 수도 있다.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오랜시간 시장화의 어려움을 겪으며 투자해 온 댓가로 성장성을 스스로 입증해 보이고 있는 것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여기에 국가 신산업으로서 제약·바이오 연구개발(R&D)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 신약 허가와 수출 측면에서 외국 당국과의 다각적인 협력 등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우리에게도 약효가 오래가는 수출 비타민이 하나 더 만들어질 수 있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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