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미국 주요 싱크탱크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통상정책으로 한국이 통상 정책 혼란을 겪게 될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가능성과 미국 생산기지 이전 압박 문제 등이 거론되며 대미 정책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 합치가 이뤄졌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4일 오전 '트럼프 2.0 시대 개막 100시간과 한국 경제'를 주제로 글로벌 줌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초기 정책 불확실성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열렸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대대적인 정책 변화에 우리 정부와 기업이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며 “조선과 원자력 및 바이오 등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하며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첫 기조 발표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회(NEC) 부위원장 등을 역임한 캘리 앤 쇼(Kelly Ann Shaw)가 맡았다.
그는 “미국은 현재 통상정책 전면 재검토(Comprehensive Overhaul)를 진행 중”이라며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이 주요 표적이지만, 한국도 안전지대(Off the Hook)는 아니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내달 1일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을 향한 관세 부과는 불법 이민, 마약 유통 등 비경제적 이유로 시행하는 것”이라며 “세계 교역국 대상 관세 부과는 정부조사(Trade Deficit Review)가 끝나는 올해 4월 이후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정철 한경협 연구총괄대표 겸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이 좌장을 맡은 패널 토론도 열렸다.
세션에서 트럼프 2기 통상정책에 따른 영향과 연쇄적 파급효과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미국 관세 부과가 각국 보복으로 이어지는 '관세전쟁'으로 번질 때 글로벌 공급망이 심각하게 교란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최 고문은 우리 산업계와 정부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압박 전략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한국 정부와 산업계 모두 협상 전에 협상 카드를 보호해해야 한다”며 “만약 FTA 재협상이 현실화한다면 미국은 관세에 더해 원산지 규정 강화로 중국산 여부를 구별하며, 여러 규범을 우리에게 요구할 가능성이 있으니 이를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수정 고려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대중 압박이 커질수록 중국 상품과 자본이 한국 시장으로 대거 들어올 위험이 있다”며 “관련 부작용을 막기 위해 외국인 투자 안보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원산지 태그 갈이'로 일컬어지는 우회 수출 구조를 손볼 것으로 봤다.
그는 “미국은 중국만을 타깃으로 하지 않는다”며 “산업 공급망 측면에서 한국의 대중국 수입이 증가하면 인바운드 투자 스크리닝을 포함한 제도 정비가 이뤄져야만 한다”고 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관세 60% 선언을 전략적 레버리지 확보를 위한 도구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트럼프 1기 때 중국에 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은 우회 수출을 제외해도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했다”며 “무역수지는 불공정 무역 여부가 아닌 국가의 투자와 여러 거시 경제 변수에 따라 결정되기에 트럼프 정부가 원하는 방식으로 세계 무역 체계를 바꾸긴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강태수 카이스트 교수는 미국이 신설하는 대외수입청을 이용해 다양한 업종의 세계 공장을 자국으로 이전하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트럼프는 신설하는 대외수입청을 이용해 세계 기업에 대외수입청(ERS)에 세금을 낼지, 국세청(IRS)에 세금을 낼지 선택하도록 강요할 것”이라며 “이는 결과적으로 미국 생산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미국 내에서 생산해서 IRS에 세금을 내는 것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세계를 향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라며 겁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원규 한경연 초빙연구위원은 두 번째 세션에서 '트럼프 2기 관세정책 전망과 전략적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한국의 미국 주요 수출 상품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부품의 한미 보완관계와 한국과 중국 대체 관계를 분석했다.
신 연구원은 “배터리는 미국의 대중국 관세가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한 관세보다 15%포인트 이상 높으면 한국이 미국 시장에서 중국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개별 기업 차원에서 사후 관세 예외(Exclusion)를 받으려는 노력도 중요하겠다”면서도 “정부 차원에서 미국과 '패키지딜'을 통해 양국이 경제 안보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전략 산업군에서 사전 관세 면제(Exemption)받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이 사회를 맡은 두 번째 패널 토론도 진행됐다.
참여진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응할 국내 대미 정책 컨트롤 타워 구축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정철 한경협 원장은 “앞으로 100일이 우리 산업의 운명을 결정할 중대한 기로”라며 “경제단체와 싱크탱크 등 미국 현지 파트너와 협력해 한국 경제계 목소리를 전달하고, 한국 기업이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경협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급변하는 정책 환경 변화 대응을 위해 '트럼프 2기 TF'를 운영하고 있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