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글로컬대학을 찾아서<11>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 “초광역 연합·협력적 교육 모델 내세워…4개 '스쿨제'로 학사 경계 허문다”

대구보건대는 광주보건대, 대전보건대와 함께 단일 거버넌스를 만들 계획이다. 사진은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 (사진=대구보건대)
대구보건대는 광주보건대, 대전보건대와 함께 단일 거버넌스를 만들 계획이다. 사진은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 (사진=대구보건대)

지난해 글로컬대학30(이하 글로컬대학) 발표에는 깜짝 결과가 있었다. 전국 주요 국립대를 비롯해 통합 모델이 주를 이뤘던 2023년 글로컬대학 선정 결과와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대학가를 놀라게 한 주인공은 대구보건대를 필두로 광주보건대와 대전보건대의 각기 다른 지역 보건전문대학 연합 모델이다. 쟁쟁한 대학 사이에서 약점을 '특성화'로 극복했다.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은 세 개 대학의 글로컬대학 프로젝트 추진 과정을 “도전의 연속”이었다고 평가한다. '보건 분야'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각기 다른 특성과 운영 방식의 차이를 조율하며 협력 구조를 설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사업에 선정됐지만 기뻐하고만 있을 여유는 없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대구, 광주, 대전이라는 물리적 위치를 극복해야 하고, 독립적인 세 대학의 공통된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과 인터뷰를 통해 보건대 연합이 지향하는 거버넌스와 글로벌 보건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한 목표는 무엇인지에 대해 들어봤다.

▲처음으로 전문대학 연합이 글로컬대학에 선정됐다. 소회는.

-이번 성과는 대구보건대와 함께 광주보건대, 대전보건대가 경상, 전라, 충청권을 대표하는 보건전문대학과의 협력 모델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무엇보다 글로컬대학 선정은 학생과 함께 더 큰 미래를 열어갈 중요한 기회다. 지역과 대한민국 보건의료 산업 발전을 넘어 세계와 소통하고 성장하는 교육 혁신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려 한다.

▲선정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주요한 선정 요인은 초광역 연합 체계와 협력적 교육 모델이다. 세 대학은 보건의료 산업에 특화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와 글로벌 경쟁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혁신적 모델을 제시했다. 각 대학이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축적하며 지역 보건의료 인재 양성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 개 대학은 교육부 선정 세계 수준의 전문대학(WCC)으로도 인정받았다.

이번 사업 선정을 통해 보건의료기술표준 교육 모델과 현장 미러형 시뮬레이션 교육을 도입하고 실무 중심 교육 강화에 나선다. 세 개 대학이 단일거버넌스를 구축해 대구, 광주, 대전 캠퍼스 간 협력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최상의 교육 환경에서 학습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연합모델을 구성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웠던 점은.

-세 대학은 각기 다른 강점을 가진 지역 거점 대학으로 대학에 특화된 분야를 효과적으로 결합해 운영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했다. 특히 각 대학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하나의 통합된 방향으로 조율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3개 대학 연합이라는 전례없는 도전을 선택한 만큼 협력 기반을 다지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구성원이 한뜻으로 노력한 결과여서 가능했다. 대학뿐 아니라 대구시, 광주시, 대전시를 포함한 지자체와 지역 산업체, 연구기관,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지도 선정에 한 몫 했다.

▲세 대학의 단일 거버넌스를 강조했다. 지역도 특성도 다른 대학의 거버넌스 통합은 어떻게 이뤄지나.

-연합대학의 새로운 모델은 고등교육의 혁신적 방향성을 제시한다. 세 대학은 사단법인 한달빛글로컬보건연합대학을 설립해 단일 의사결정 체계를 마련했다. 캠퍼스 간 특화된 역할을 유지하면서 중앙집권적 운영을 강화하고, 개별 학과 중심에서 헬스케어, 헬스테크, 재활치료, 늘·돌봄 등 4개 '스쿨제'로 전환해 학사구조 경제를 허물었다.

표준화된 단일 교육과정을 도입해 각 캠퍼스에서 동일한 품질 교육을 제공한다. 더 나아가 보건의료기술의 표준 교육모델(글로벌스탠다드)을 적용하려고 한다. 학생은 캠퍼스를 순환하며 대구(헬스테크), 광주(메디휴먼케어), 대전(바이오헬스)에서 각 대학에 특화된 러닝센터를 통해 학습과 경험을 쌓는다. 또 전과제도와 자율전공제도를 운영해 학생들이 전공 선택의 자유을 누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대학 간 경제를 허물어 다전공 및 소단위 전공(마이크로디그리·나노디그리)을 운영해 세분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전략을 통해 세 대학은 물리적, 학문적, 행정적 장벽을 허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일반대 역시 연합 모델이 있다. 이들과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각 대학, 지역에 맞는 특화센터를 운영해 지역 산업과 밀접하게 연계된 맞춤형 인재를 양성한다는 점이다. 대구, 광주, 대전을 중심으로 한 각 지역에 특화된 산업과 연계해 안경과 치기공중심의 헬스테크(대구), 늘·돌봄 중심의 메디휴먼케어(광주), 재활 중심의 바이오헬스(대전) 특화센터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지역 특화 산업 발전과 지속 가능한 지역 허브 모델을 구축한다.

세 대학은 보건의료기술 러닝센터를 통해 현장 시뮬레이션 기반 융합 실습 모델을 제공함과 동시에 아시아 보건의료 인재 양성을 위한 공적개발원조(ODA) 기반 국제 협력도 강화한다. 지역 산업체와 연계한 지산학협력 모델을 통해 치과, 안경, 재활·의료기기 산업과의 협력도 강화해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도모한다.

[에듀플러스]글로컬대학을 찾아서<11>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 “초광역 연합·협력적 교육 모델 내세워…4개 '스쿨제'로 학사 경계 허문다”

▲각 대학의 특성화 분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대구보건대는 헬스케어와 헬스테크가 특성화 핵심이다. 첨단 의료기술과 헬스케어 산업 융합을 목표로 교육과 연구를 확대한다. 응급영상의학센터를 설립하고 최첨단 영상 장비를 활용해 응급 의료 상황을 재현한 교육과 연구를 강화했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의료기기 관련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인공지능(AI) 기반 의료기술 교육을 도입하고, 지역 연계 산업 강화로 대구 의료기기 클러스터와의 산학협력으로 헬스테크 산업 발전을 이끌 계획이다.

광주보건대는 간호, 치과,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한 헬스케어와 메디휴먼케어를 특성화한다. 다학제적 접근 기반으로 융합 인재를 양성한다. 치과 병동 및 간호병동 러닝센터를 운영하고, 환자 중심의 케어 능력을 배양하는 시뮬레이션 교육(IPS327M)을 도입한다. 커뮤니티 케어 프로그램으로 지역 주민 건강 증진을 위한 사회적 기여 활동과 지역 의료·복지 서비스와 연계할 것이다. 전문성 심화 교육 파트로 간호와 치과 치료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해 융합형 전문 인재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전보건대는 헬스케어와 바이오헬스 중심으로, 재활치료와 바이오산업을 연계한 첨단 교육과 실습을 제공한다. 재활치료와 외래 검사센터를 설립해 최신 바이오 기술을 활용한 교육과 실습 시스템을 구축했다. 유전자 치료와 맞춤형 의학 교육으로 바이오 데이터 분석 등 첨단 기술 교육을 통해 미래 바이오헬스 전문 인재 육성에 나선다. 창업 및 기술 기반 지원을 위해 바이오헬스 클러스터와 협력한다.

▲대학 위기론이 심화된다. 지역 전문대학은 더 어렵다고 한다. 어떤 대안이 필요하다고 보나.

-지역 특화 기반 지산학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전문대학은 지역사회와 산업체 수요에 맞춘 인재 양성에 강점이 있다. 이를 더욱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지역 전략 사업과 연계한 특화센터 설립이 필요하다. 지산학 협력 모델은 지자체와 산업체의 재정, 정책적 지원을 유도해 대학의 재정난 완화는 물론 지역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 및 해외 진출을 강화하는 것도 대안이다. 전문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대구보건대는 글로벌 현장학습, 해외 인턴십 등을 통해 미국, 캐나다, 독일로 졸업생이 진출하고 있다. 이를 더 체계화 해 전문대학을 졸업해도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보건의료, 기술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재정 안정화를 위한 정책 지원 확대, 평생교육 및 재직자 교육 강화 등을 해나가야 한다.

지역 대학 경쟁력은 지역의 생존과 직결된다. 대학은 지역사회 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이자 전문 인재를 양성하고 새로운 지식 창출의 원천으로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한다. 전국에 380개 대학이 있고 그 가운데 70%가 지방에 있다.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대학 구조조정을 하는 것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올해부터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로 전환된다. 혁신기획안에 연합 대학의 약점으로 지산학 협력성과 부진을 꼽았다.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계획인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 대학은 각 지역 특화 산업과 전략 산업을 기반으로 헬스케어 산업과 연계한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대구보건대, 광주보건대, 대전보건대는 라이즈 체계를 기반으로 지역과 대학이 동반 성장하는 혁신적 협력 모델을 추진한다. 각 지역에서 강점으로 내세운 특화 산업을 다른 지역과 공유하고 협업해 성과를 확대하는 모델로 운영한다. 예를 들어 대구 헬스테크특화센터에서 진행하는 치과·안경산업 성과는 광주와 대전으로 확산해 각 지역 산업과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라이즈는 대학과 지역사회가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협력해 성장할 수 있는 혁신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라고 본다. 대구, 광주, 대전 특화센터는 지역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각 대학이 글로벌 교육과 연구 중심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앞으로 글로컬대학에 관한 계획은.

-대구보건대는 글로컬대학 사업을 통해 WURI(World University Rankings for Innovation)랭킹 10위 진입과 아시아 넘버원 보건전문대학을 목표로 설정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한국형 교육과정을 국제적으로 확산하는 데 주력하겠다.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대한민국 보건의료 교육의 중심으로 도약할 기회로 삼을 것이다.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계명대에서 신문방송학 석사, 영남대에서 교육학 박사를 취득했다. 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 국무총리실 정부업무평가위원회 위원, 한국전문대학법인협의회장 등을 거쳤다. 2020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으로 선출 돼 연임 후 지난해 임기를 마쳤다. 2002년부터 대구보건대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