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뇌전증과 우울증 등 신경질환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아주대학교는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최정미 연구교수팀(명예교수 서해영)이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뇌 신호전달 과정에서 'Go 단백질'의 새로운 분자적 역할을 규명한 연구를 게재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팀은 대마초 성분이 결합하는 카나비노이드 수용체 CB1R(cannabinoid receptor type I)이 신경계 시냅스에서 신경전달물질 방출을 억제하며 신경 회로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Go 단백질이 'CB1R-의존적 신경 회로 조절'의 핵심 인자임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CB1R이 매개하는 신경 회로의 항상성이 깨지면 과도한 신경전달물질 방출로 인해 신경 회로 불균형이 초래된다. 이는 신경 과흥분 상태를 유발해 발작 및 시냅스 가소성(뇌가 변화하고 적응하는 능력) 손상을 일으키며, 소뇌에서는 보행실조, 대뇌에서는 뇌전증 등 다양한 신경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소뇌에서 Go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제거하고, 프로테오믹스(proteomics) 기법을 활용해 Go 단백질과 상호작용하는 단백질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효소 활성이 없는 Go 단백질이 신호 복합체 형성과 시냅스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입증했다.
그동안 Go 단백질은 뇌에서 GPCR(G 단백질 연결 수용체)과 가장 많이 결합하는 단백질로 알려졌지만, 기술적 한계로 인해 구체적인 역할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며 Go 단백질의 새로운 기능을 규명한 데 의의를 둔다.
최정미 교수는 “Go 단백질 변이가 조기 영아성 뇌전증성 뇌병증(DEE17)을 유발한다는 점과 도파민, 세로토닌 등 다양한 신경전달물질과 결합한다는 점에서, 향후 Go 단백질을 활용한 뇌전증과 우울증 등의 치료제 개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NIEHS)의 Birnbaumer 박사가 개발한 동물 모델을 활용해 서울대 의대 김상정 교수와 한국뇌연구원 윤종혁 박사와의 협력으로 진행됐으며, 논문 제목은 'CB1R activates the epilepsy-associated protein Go to regulate neurotransmitter release and synaptic plasticity in the cerebellum'이다.
수원=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
Go 단백질의 새로운 역할 규명, 치료제 개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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