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트럼프 2.0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전망

조진석 코다(KODA) 대표
조진석 코다(KODA) 대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 가상자산 시장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2024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 후보는 △SEC 의장 교체 △오퍼레이션 초크포인트(Operation Chokepoint 2.0) 폐지 △비트코인 채굴 강국 육성 △디지털자산 전문위원회 설치 △비트코인 전략자산 비축 △CBDC710 금지 △스테이블코인 제도 정비 등 그간 가상자산 발전을 가로막아 왔던 규제 철폐 및 산업 활성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대선 결과가 가상자산 관련 공약으로 결정됐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미국 가상자산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가상자산 2단계 점프업'의 신호탄으로 바라보고 있다.

출범 직후 행정부 개편 과정에서도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인물들이 기용됐다. JD 밴스 부통령은 비트코인 보유자이자 친(親) 크립토 법안 발의자로 유명하며, 스컷 베센트 재무부 장관은 “비트코인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공언할 정도로 열성 지지자다. 상무장관에 임명된 하워드 루트닉 역시 대량의 비트코인 보유자로서 “비트코인을 위한 최고의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된 로버트 캐네디 주니어는 대표적인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로, 미국이 최소 400만 개 비트코인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테슬라 CEO이자 비트코인·도지코인 지지자인 일론 머스크가 정부효율성 부서(DOGE) 수장으로 임명되었고, 디지털자산 및 핀테크408의 규제 완화론자로 알려진 폴 앳킨스가 SEC 의장에 오르는 등 가상자산 산업에 친화적인 인사들이 정부 곳곳에 배치됐다. AI 및 가상자산 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차르)에는 페이팔 출신 데이비트 색스가 임명되어 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공약 이행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의회 역시 가상자산 산업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상·하원 545명 중 56%가 가상자산 긍정론자인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해 신속한 법·제도 개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행정부와 의회가 함께 움직이면서 미국은 가상자산 산업 육성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1월에 미국에서 출시된 비트코인 현물 ETF 중 하나인 블랙록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 운용자산 규모가 기존 금 ETF를 추월하면서, 가상자산이 글로벌 제도권 금융시장의 '핵심 자산 클래스'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특히 검증된 기술력 및 명확해진 규제 체계를 기반으로, 대규모 기관투자자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이 기대된다. 레이어2 솔루션과 웹3804 서비스가 급성장하면서 사용자 친화적인 블록체인 생태계가 구축되고, 가상자산 시장의 확장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탈중앙화 금융(DeFi)과 스테이킹은 안정적인 수익원을 제공하며, 전통 금융권 및 기업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술, 부동산, 채권 등 다양한 자산을 토큰화해 디지털로 거래하는 흐름이 일반화되면서, 올해 실물연계자산(RWA)이 가상자산 시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명확해진 규제와 한층 강화된 보안 체계를 바탕으로, 가상자산은 점차 제도권 금융과 대등하게 공존하며 대중화 속도를 높인다.

글로벌 시장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가운데, 국내 역시 2단계 입법을 통한 업권법 제정이 시급하지만, 정치·입법적 환경이 여의치 않아 2025년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전망은 '흐림'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 시장이 외환시장과 다른 특수성을 지닌 만큼, 국제 자본 흐름을 제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만약 과도한 규제가 지속된다면 자본과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글로벌 가상자산의 환경변화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정책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과 가상자산 위원회의 등장으로, 점진적으로 기관투자가들의 시장 진입이 허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거래소·지갑·보관 중심에서 벗어나 운영, 공시, 평가 등 다양한 분야로 비즈니스 모델이 확대될 전망이다. 프로젝트 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면서, 우수한 프로젝트는 성과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는 반면, 준비가 부족한 프로젝트는 생존의 기로에 설 가능성이 크다. 국내 투자자들은 코인 투자 시 과거의 묻지마 투자를 지양하고, 프로젝트의 실체, 성과, 거버넌스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스테이킹은 확대될 수 있지만, DeFi 부문은 고객확인(KYC) 어려움 등으로 여전히 규제 불확실성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STO(증권형 토큰 발행) 법제화가 본격 추진되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으나, 블록체인의 특성(탈중앙화)을 반영한 다양한 STO플랫폼 사용여부등 법안 내용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이부분은 가상자산 산업계와 전통금융기관들과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

가상자산 시장은 미국을 선두로 새해 전례 없는 도약이 예견된다. 기존의 부정적인 인식만을 앞세운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투자자 보호를 근간으로 건전하고 투명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은 적극 지원하고, 반면 투기·자금세탁 등 불법 행위가 드러날 경우에는 철저히 단속·처벌해야 한다. 국내 역시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산업 발전과 혁신을 적극 수용할 입법·정책적 보완이 절실하다. 그렇지 않다면 인재·자본의 해외 유출은 물론,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도 뒤처질 우려가 크다. 이제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진석 코다(KODA) 대표 jin@koda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