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총선을 치르며 주류에서 밀려난 비명계(비 이재명)가 12·3 비상계엄과 설 연휴를 거치는 과정에서 활동을 재개하는 모습이다. 탄핵 국면에서 당내 통합을 내세우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친명(친 이재명)계 역시 중도·진보 세력 규합을 위한 밑그림 그리기에 돌입했다.
비명계 대표주자인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은 30일 “이재명 1극 체제만 극복하면 대선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인가. 윤석열이 탄핵되면 다음 정권은 무조건 민주당 차지가 될까”라고 반문한 뒤 “우리는 너무 쉽게 승리를 낙관하고 이재명 한 명 탓하는 것으로 쌓여 있는 문제에 눈 감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비상계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민주당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계파 다툼을 벗어나 당내 근본적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 전 의원은 “혁신을 이야기하면서 타다금지법을 만들고 국가전략산업 육성을 이야기 하며 지원정책은 소극적인 민주당”이라며 “지금 민주당에 낡은 것이 너무 많고, 달라져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비명계 대선 잠룡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설 연휴 이후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서면서 '민주주의 연대'를 강조했다.
김 전 지사는 전날 “지난 대선 패배의 책임을 당내에서 서로에게 전가하는 모습은 옳지 않다. 마녀사냥하듯 특정인 탓만 하고 있어서는 후퇴할지언정 결코 전진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방선거와 총선 과정에서 치욕스러워하며 당에서 멀어진 분들이 많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기꺼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친명(친 이재명)계를 향해 통합·포용 등을 요구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 역시 중도·진보 세력 규합을 위한 밑 작업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대전현충원을 방문해 채 해병 묘역과 제2연평해전 전사자묘 등에 헌화한 뒤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로 이동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두 사람은 이날 민주주의 회복 등에 관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친명계인 김민석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단결과 통합을 지켜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자 가치”라며 “당의 단결과 통합의 기초는 당원 민주주의다. 누가 제기하는 문제건 자연스레 토론되고 하나하나 정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