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고려아연 회장 신고서 접수…영풍·MBK “상호출자금지 위반”

공정위, 고려아연 회장 신고서 접수…영풍·MBK “상호출자금지 위반”

영풍과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31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신고서 내용을 토대로 최 회장의 탈법 행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금지에 대한 탈법행위 조항을 다루는 첫 사례로 재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MBK가 최 회장과 고려아연은 물론 이에 동조한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의 이성채 최고경영자(CEO), 최주원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상대로 제기한 신고서를 접수했다.

최 회장 측이 공정거래법 제21조(상호출자의 금지), 제36조 제1항(기업집단 규제 회피 금지), 시행령 제42조 제4호(상호출자 금지에 대한 탈법행위 규정) 등을 위반했다며 엄정한 조사와 조치를 촉구했다. 신고서 자문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맡았다.

최 회장 등은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전날인 이달 22일 최 회장 측이 지배하는 영풍정밀과 최씨 일가가 갖고 있던 영풍 주식(발행주식총수의 10.3%)을 SMC에 넘기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임시주총에서 영풍·MBK의 이사회 장악이 거의 확실시되자 영풍(고려아연 발행주식총수의 25.4% 소유)의 의결권을 제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신규 상호출자를 형성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SMC는 고려아연의 100% 손자회사로 호주에 설립된 해외법인이다. 최씨 일가 등이 보유한 영풍 지분이 SMC로 넘어가면서 '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이라는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됐다.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조항을 근거로 영풍은 임시주총에서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영풍·MBK는 “최 회장의 지시에 따라 고려아연의 100% 지배회사인 SMC 명의로 이뤄진 영풍 주식의 취득 행위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내 계열회사간 상호출자 금지를 회피한 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SMC는 호주에서 아연제련업을 영위하며 현금성 자산(2023년 12월 말 기준 792억원)을 고려아연의 지급보증에 의존해 보유하는 회사로, 차입금을 재원으로 아무런 인수 유인이 없는 영풍의 주식을 자신의 명의로 취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호출자제한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번 최 회장 측 출자구조와 같이 노골적으로 제도를 회피하는 탈법행위는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최 회장 측의 탈법행위는 2014년 신규 순환출자 금지 규제 도입 이후 최초로 해외 계열사를 활용해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한 대형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탈법행위에 대해 즉각적이고 강도 높은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향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내에서 이 사건과 유사한 방식의 상호출자 금지에 대한 탈법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질 수 있다”면서 “기업집단 규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