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공학은 건축, 교통, 전력, 의료 등 생명과 직결되는 많은 분야에서 필수적입니다. 체계적인 교육은 안전과 신뢰성을 보장할 수 있는 설계, 테스트, 유지보수 원칙을 학생에게 가르쳐 사고나 오류를 예방할 수 있게 합니다.”
박기영 건국대학교 공과대학장은 인터뷰에서 기초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공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학교육은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체계적인 교육의 틀을 거쳐 완성도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건국대 공대는 기본에 강하다는 것이 박 학장의 설명이다. 공대는 학과(학부)로 운영해 교육 인프라를 확보하고, 각 학부(과)에 첨단분야 전공을 도입해 운영한다. 전기전자공학부에 에너지AI전공, 컴퓨터공학부에 스마트ICT융합전공, 화공학부에 미래에너지전공 등을 신설하는 방식이다. 신생 산업 분야 역시 전통적인 공학교육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박 학장은 “반도체를 키운다고 해서 반도체 학과를 만들고, 배터리를 키운다고 해서 배터리 학과를 신설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기반 플랫폼이 있고 그 안에서 특성화 분야가 있을 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 흐름에 따라 경직된 학과나 학부를 만들기보다 필요한 시기와 수요에 맞춰 전공을 개설해 해당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공학은 단순히 기술 개발을 넘어 환경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후 변화, 에너지 부족, 도시화, 디지털화 등은 고도화된 공학적 접근 없이는 해결하기 힘든 사회적 문제다.
![[에듀플러스]대한민국 공대 혁신을 말하다<5>박기영 건국대 공대학장 “기초 플랫폼 안에서 특성화 분야 집중할 수 있어야”](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1/31/news-p.v1.20250131.982e046854894fa2a0c875900d3389a2_P1.png)
박 학장은 “체계적인 공학 교육을 통해 에너지 효율성, 자원 관리, 환경 보호와 같은 지속 가능성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한다”면서 “글로벌화된 시장에서는 국제 표준을 준수하고 최신 기술을 이해하는 인재가 필요하며, 체계적인 공학교육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공학 지식과 윤리, 법규를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공학인증제는 공학교육에 중요한 제도다. 건국대에서 공학인증제를 적용하는 학과는 2024학년도 기준 사회환경공학부, 기계항공공학부 산업공학과, 전기전자공학부, 화학공학부 5개 학부(과)를 포함해 2025학년도에 신설되는 재료공학과가 공학인증을 준비 중이다. 건국대 공대가 매년 공학인증 이수생을 관찰해 분석한 결과, 공학인증이 졸업생 취업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학장은 건국대가 잘하는 것으로 창업과 산학협력을 꼽는다. 건국대는 생애최초 청년창업 지원사업, 예비창업패키지, 캠퍼스타운 등 다양한 창업 관련 사업을 수주해 창업 토양이 잘 갖춰져 있다. 기술력을 가진 공대학생의 창업 도전 비율도 높은 편이다. 글로벌 창업 지원을 통해 국제 창업 박람회 참가, 해외 네트워킹 등의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현장실습을 기반으로 하는 산학협력도 강점 중 하나다. 재학생은 현장실습으로 15점을 이수할 수 있다. 박 학장은 “미리 기업을 탐방하고, 진로에 대해 경험할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갖췄다”고 힘주어 말했다.
건국대 공대는 구체적인 교육 비전을 그리고 있다. 2031년까지 국내 10위권 공과대학에 진입하고, 학생 취업률 80%, 대학원 진학률 20%를 달성하는 것이다. 신진 교원 100명을 확보하고 1인당 연구비도 3억5000만원 수준으로 늘리려고 한다. 이를 통해 건국대는 합리적 판단 능력·창의적 사고능력·능동적 탐구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것이다.
박 학장이 생각하는 공학교육의 필수 요건 한 가지는 무엇일까. “기초가 가장 중요하죠. 체계적인 공학교육이 필요한 이유도 기본을 다지기 위해서입니다. 그다음은 인문사회적 소양입니다. 기술자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사회적 위험도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인문사회적 소양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