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딥시크 파동, 우리만의 대처 방향 찾아야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전세계 혁신기술계를 강타하고 있다. 딥시크 자체적으로 구성한 추론 특화 모델 '알원(R1)'이 그간 세상을 호령해온 오픈AI 추론 모델 '오원(o1)'을 앞질렀기 때문이다. 오픈AI로 대별되는 미국 빅테크 진영의 AI 투자 규모 보다 적게는 10분의1, 더 극단적으론 50~100분의1 수준만으로 오픈AI에 필적하거나, 더 우수한 연산 결과치를 내놓는다는 것이다.

당장 오픈AI가 내놓은 400억달러(57조원) 규모 투자 유치 전략은 의심 받기 시작했다. 이 기준이라면 3400억 달러에 달하는 오픈AI의 기업가치가 과연 적정하냐는 의문이다. 글로벌 투자업계에선 미국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고, 어차피 한 배를 탄 오라클, 소프트뱅크의 지원 사격덕에 이 투자유치는 성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이 어마어마한 투자금과 기업가치를 쌓아놓고, 과연 앞으로도 그에 합당한 기술적 결과치를 내놓을 수 있겠느냐는 문제다.

중국 AI 기술은 앞으로 파죽지세로 발전할 개연성이 크다. 중국 정부의 전면적이고, 파격적인 지원 아래 더 많은 스타트업과 혁신 AI 업체 등장은 쉽게 예결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중국이 글로벌 AI 업계의 협력과 생태계 확장을 논거로 개방형(오픈소스881) 확장 모델을 택할 경우, 이는 지금의 단순한 딥시크 처럼 단발적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더구나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정부가 일제히 딥시크 연동을 차단하거나, 제재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들까지 오픈소스 AI 명분으로 품으려는 시도를 벌인다면 우리에겐 갈림길의 선택지가 날아올 수 있다.

향후 국가 AI 전략을 첨예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중국의 급부상은 바로 AI 개발자의 힘에서 나온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AI 연구자 수는 중국의 20분의 1에 불과하고, AI 투자 규모는 미국의 30분의 1에 불과하다. 당장이라도 AI 인력에 대한 국가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이번 중국의 딥시크 파동은 우리에게 아주 극단적으로 나쁜 수는 아니다. 미국 주도 AI 선도 진영과의 협력은 그대로 추구하면서, 중국의 AI 기술 진영과도 다면적인 협력 채널을 만들어가야 한다. 모든 기술의 혁신 단계가 말해주듯,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427)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