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국가적 AI 생태계 조성하고 공공 GPU는 한 데 모아야”

미국·중국과 함께 인공지능(AI) 3대 강국(G3)이 되기 위해 국가적인 AI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정부·공공에서 사용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한 곳에 모으고 국가 차원의 GPU 보유를 늘려 규모 있는 AI 연구개발(R&D)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과 한국인공지능협회가 주최한 긴급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과 한국인공지능협회가 주최한 긴급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4일 한국인공지능협회와 국회 과방위 야당 의원 10인 공동 주최로 열린 '딥시크 쇼크882 대응과 AI 발전 전략' 주제 긴급 간담회에서 이같은 전문가 의견들이 모였다. 미국에서 테슬라가 10만장, 메타가 60만장 등 단일 기업 차원에서 최첨단 GPU를 구매하는 상황을 고려해 국가적인 AI 기술 개발 역량을 한 곳에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정우 네이버 퓨처AI센터장은 “굉장한 지식을 가진 1세대 AI를 넘어 오픈AI o1이나 딥시크 R1과 같이 강화학습 기반으로 사고를 정말 잘하는 2세대 AI '사고형(thinking) AI'로 진화한 상황”이라며 “공급망 이슈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미국 등에서 AI 수출을 금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을 때 제대로 된 AI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컴퓨팅 인프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딥시크와 같이 엔지니어 역량을 기반으로 인프라 부족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AI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황과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최첨단 GPU 확보는 필수라는 의미다. 그는 정부 예산 부담을 낮추기 위해 기업과 GPU 매칭 투자도 제안했다.

하 센터장은 “정부의 국가AI컴퓨팅센터886 계획보다 빠르게 연내 3만장, 내년에 5만장 등으로 GPU를 확보, 기업과 연구기관에서 활용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충분한 GPU가 확보돼야 다양한 도전이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AI 전문인력이 제대로 양성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공공분야에서 제각각 구매·확보한 GPU를 한 곳에 모아 R&D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금과 같이 파편화된 AI 활용으로는 양질의 연구가 어려운 만큼 AI 자원을 집중시켜 대규모 자원을 가용할 수 있는 국가적인 생태계를 만들자는 취지다.

유용균 AI프렌즈학회 대표(한국원자력연구원 소속)는 “다양한 기관에 산재된 인력과 자원을 모아 AI R&D를 전담할 수 있는 국가 AI 연구 구심점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현재 AI 전문가 처우를 기존 공공기관 체계로는 할 수 없다”며 “새로운 구심점을 마련해 전문가를 최대한 채용, 민간과 공공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오픈소스881 생태계를 구축해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질적인 AI 생태계 마련에서 나아가 규제 완화 등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고영선 SK텔레콤 글로벌사업개발실 부사장은 “경쟁력 있는 한국 기반 AI 기업 25개사와 'K-AI 얼라이언스463'를 발족, AI 연구자 약 3000명을 확보한 효과를 얻었다”며 “협력 생태계 구축은 물론,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전력·부지 관련 인허가·패스트트랙 등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정우 네이버 퓨처AI센터장이 우리나라 AI 산업 발전을 위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하정우 네이버 퓨처AI센터장이 우리나라 AI 산업 발전을 위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중장기적이고 차별화된 관점에서 정책 추진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홍섭 마음AI 기술대표는 “많은 GPU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GPU가 계속 발전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어 “미국·중국과 이길 수 없는 자본 경쟁을 계속하기보다 우리 제조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 중심의 LLM817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엔비디아가 고사양 GPU를 계속 개발하고, 국내 기업들이 신경망처리장치(NPU)·온디바이스 AI용 반도체를 개발하는 상황에서 미래 지향적인 인프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또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과 삼성·LG전자의 가전과 같이 제조 인프라가 충분한 상황을 고려, 디바이스 기반 AI 생태계로 한국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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