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트럼프 관세 공세에 성장률 2.0%→1.6%로 하향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과 김지연 전망총괄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KDI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KDI 제공]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과 김지연 전망총괄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KDI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KDI 제공]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대비 하향 조정했다. 트럼프 신정부의 관세 정책이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부분을 반영했다. 경기 상황 대응을 위해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필요하지만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봤다.

KDI는 11일 KDI 경제전망 수정 발표를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1월 전망 대비 0.4%포인트(P) 낮춘 1.6%로 수정했다.

KDI는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그동안 높았던 수출 증가세가 조정되면서 성장세가 약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대내적으로는 정국 불안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이,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통상환경 악화가 경제성장률 하향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당초 KDI는 트럼프 신정부가 예고한 관세 정책을 바로 시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트럼프 정부는 취임 직후 연달아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불확실성을 커지는 형국이다.

KDI는 계엄과 탄핵으로 인한 정국 불안은 2분기 해소되는 것을 전제로 전망을 제시했다. 그러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며,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줄 지도 예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지표가 직전 전망 대비 악화했다. 민간소비는 0.2%P 내린 1.6% 성장할 것으로 봤으며, 총수출도 0.3%P 낮춘 1.8% 증가율을 예측했다. 취업자 수도 4만명 감소한 10만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봤다. 물가상승률은 국제유가 상승 등을 반영해 1.6% 수준을 유지했다.

금리는 경제 상황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해 말부터 금리인하 사이클에 진입했고 경제 상황 대비 고금리로 보여진다”며 “현재 기준금리가 3.0%인데 경기가 안좋은 상황을 생각하면 2~3차례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치권에서 요구하고 있는 추경은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통화정책이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추경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 대비되는 제언을 한 셈이다.

정 실장은 “법에 따른 추경의 요건은 경기침체, 대량실업 등인데 1% 중후반 성장률을 경기 침체인지, 대량실업이 발생하고 있는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추경은 재정적자를 확대시키는 것이고 그만큼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법의 취지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