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등, 새로운 뇌졸중 치료 전략 제시…신경회로 재구성과 뇌 기능 회복 유도

옵토스팀원(OptoSTIM1) 기술로 별세포 칼슘 신호를 조절하면 운동 기능 회복이 크게 개선된다.
옵토스팀원(OptoSTIM1) 기술로 별세포 칼슘 신호를 조절하면 운동 기능 회복이 크게 개선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 등 연구진이 광유전학 기술을 활용해 별 모양 비신경세포인 '별세포'의 칼슘 신호를 조절함으로써 만성 뇌졸중 후 운동 기능 회복을 촉진할 수 있음을 밝혔다.

이창준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 연구팀이 김형일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팀, 허원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팀과 함께 성과를 이뤘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세포가 손상돼 발생하는 질환으로,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뇌로 가는 혈류가 차단되거나 감소하는 허혈성 뇌졸중이 대부분이다. 뇌 피질 아래 심부 구조에서 발생하는 피질하 뇌졸중은 전체 허혈성 뇌졸중의 약 30%를 차지하며 예후가 좋지 않다.

뇌졸중 신경재활 치료는 주로 신경세포를 직접 자극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강한 자기장을 이용하거나 전극을 부착해 전류를 흘려보내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자극 부위 모든 세포에 비선택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작용 메커니즘도 명확하지 않아, 치료 결과 예측이 어려운 데다 치료 효과도 개인차가 크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연구진은 신경세포 직접 자극이 아닌, 별세포 칼슘 신호를 조절하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이상규 IBS 연구위원은 “별세포는 단순 신경세포 보조 역할을 넘어 신경세포 활성과 시냅스 가소성 증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별세포 칼슘 신호를 조절해 신경회로를 재구성하고 뇌 기능 회복을 유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별세포 칼슘 신호가 증가하면, 신경세포 활성 조절에 중요 역할을 하는 ATP와 D-세린 등 신경전달 조절 인자가 분비된다. ATP는 신경세포 흥분성을 높이고, D-세린은 시냅스 가소성을 증진시킨다. 시냅스 가소성은 신경 연결이 강화·재구성되는 능력으로, 뇌졸중 후 손상된 신경회로 회복에 필수다.

또 별세포는 신경 회로 균형 유지에 필수인 글루타메이트를 조절해 과도한 신경 흥분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신경 활동을 돕는다.

연구진은 효과 확인을 위해 2015년 KAIST와 공동 개발한 광유전학 도구 '옵토스팀585원(OptoSTIM1)'을 사용했다.

이 기술은 특정 파장 빛으로 칼슘 이온을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시스템이다. 옵토스팀원은 세포막 채널로 칼슘 이온만 선택적으로 유입시키며, 지속·안정적인 칼슘 신호 조절이 가능하다.

특히 연구진은 운동 기능 회복과 관련이 깊은 감각-두정피질 영역 별세포에 주목했다. 이 영역은 운동 기능에 밀접하게 관여해, 뇌졸중 후 손상된 신경 기능을 보완하는 데 핵심적인 부위다.

연구진은 만성 피질하 뇌졸중을 유발해 운동 기능이 떨어진 생쥐의 감각-두정피질 별세포에 옵토스팀원을 발현시키고, 머리에 삽입된 광섬유를 통해 빛을 조사해 칼슘 신호를 활성화했다.

실험 결과, 옵토스팀원으로 치료한 생쥐 그룹은 앞발을 사용하는 정교한 운동 기능이 향상됐을뿐만 아니라 운동 능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무엇보다 하루 1시간씩 2주간 저강도 빛 자극만으로도 운동 능력이 회복됐다.

이창준 단장은 “별세포를 표적해 보다 정밀하고 안전한 뇌졸중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며 “뇌졸중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 등 다양한 신경계 질환 치료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형일 GIST 교수는 “이번 연구로 만성 뇌졸중 재활을 촉진할 수 있는 별세포 자극이라는 새로운 접근법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허원도 KAIST 교수는 “향후 뇌 전체에 적용 가능한 새로운 버전의 옵토스팀원 개발과 함께,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다양한 신경퇴행성 질환의 치료 가능성을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1월 31일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