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마저 '봉준호'스럽게… 할리우드 대작 '미키 17'은

영화 '미키 17'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미키 17'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휴먼 SF의 대가 봉준호 감독 신작 '미키17'이 오는 28일 전 세계에서 가장 처음 한국 관객과 만난다.

이야기는 끔찍한 임무에 투입되며 죽음을 반복하는 '익스펜더블'(소모품), 미키(로버트 패틴슨 분)가 외계 행성 '니플하임'과 개척지로 향하는 지구의 우주선에서 펼치는 고군분투를 그린다.



친구 '티모'(스티븐 연)와 함께 마카롱 가게를 개업했다 빚더미에 앉게 된 미키는 약관도 제대로 읽지 않은 채 얼음행성 개척 프로젝트의 '익스펜더블' 전형에 지원하고 만다.

익스펜더블은 말 그대로 소모품처럼 위험한 일을 도맡고 죽으면 다시 '프린트' 되기를 반복하는 인권이라곤 없는 직업. 행성에 도착하고 나서도 정착을 위한 백신 개발을 위해 실험실 개구리처럼 끊임없이 생체 실험을 받게 된다.

17번째 프린팅된 '미키 17'은 니플하임의 원주민인 괴생명체 '크리퍼'와 마주치게 된다. 동시에 우주선에선 그가 죽었을 거라고 생각해 새로운 '미키 18'가 프린팅되면서 '미키'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영화 '미키 17'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미키 17'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는 '휴먼 프린팅'이라는 거부감이 생길 수 있는 자극적인 소재를 알기 쉽고, 편한 방식으로 그렸다. 여기에 봉준호식 휴머니즘, 처음으로 그려낸 로맨스를 더해 관객에게 친절하게 전달했다.

블랙 코미디가 그렇게 재밌지는 않지만 SF 디스토피아라는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역할로서는 충분히 기능했다.

영화 '미키 17'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미키 17'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여기에 빠지면 섭섭한 봉준호표 풍자도 녹아 있다. 미간을 찌푸리고 쏟아내는 수위 높은 대사, 무언가를 가리키는 듯한 제스처, 길게 멘 넥타이까지,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패배한 정치인 '케네스 마샬'은 미국의 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찌질하고 귀여운 '미키', 왜 미키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는 정예요원 '나샤'(나오미 애키), 케네스를 사실상 조종하는 '일파 마샬'(토니 콜렛) 등 여러 독창적인 캐릭터들은 봉준호의 지휘 아래 짜임새 있게 영화를 완성했다.

'미키 17'은 SF 소재를 좋아하지 않는 관객에게도 추천할만한 난이도 낮은 SF물이다. 봉준호 감독의 최고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실망시키지 않을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영화 '미키 17'은 오는 28일 전 세계에서 가장 처음 한국에서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137분. 관람 등급은 15세.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