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반도체 유리기판 상용화 허들은…“유리 가공”

전자신문이 입수한 반도체 유리기판 제조사 A의 샘플. 정상(왼쪽) 기판과 들떠 찢어진 '세와레' 현상이 발생한 샘플(가운데), 세와레 샘플 내부(오른쪽)
전자신문이 입수한 반도체 유리기판 제조사 A의 샘플. 정상(왼쪽) 기판과 들떠 찢어진 '세와레' 현상이 발생한 샘플(가운데), 세와레 샘플 내부(오른쪽)

반도체 유리기판 상용화에 있어 당면 과제는 '유리 가공'이다. 반도체에 적용하려면 신호를 전달하는 통로(글래스관통전극·TGV)를 만들어야 하고, 칩에 맞게끔 유리를 잘라야 한다. 그런데 유리다보니 작은 충격에도 금이나 균열, 부스러기 등이 생기기 쉽다. 또 이동 중에 깨지기 쉬운 게 유리다. 반도체용 유리기판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 균열(마이크로 크랙)' 제어가 시장 개화의 첫 관문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반도체 유리기판은 원장에 TGV를 만드는 공정으로 시작된다. 이후 미세 회로를 형성하기 위한 노광·현상을 진행하고, TGV와 회로 패턴에 맞게 구리를 도금한다. 이 같은 과정을 '코어 층 공정'이라 한다.

이후 아지노모토빌드업필름(ABF) 등 절연 소재를 깔고, 회로 층을 덮은 다음 다시 층 간 연결 구멍(비아)과 패턴을 만드는 과정을 '빌드업 층' 공정이라고 한다. 반도체 유리기판 특성에 따라 공정을 몇 차례 반복할 수 있다.

기존 반도체 기판과 달리 유리 가공 기술이 요구되는 첫단계가 TGV다.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공정이기도 하다.

TGV 공정은 레이저로 홈을 판 후 식각으로 완전한 형태를 만드는 것이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다. LPKF·필옵틱스·이오테크닉스 등 레이저 업계가 켐트로닉스·솔브레인·램테크놀로지 등 식각 소재 업체와 힘을 합쳐 일하는 이유다.

전자신문이 입수한 반도체 유리기판 제조사 B 샘플 내 글래스관통전극(TGV) 모습. 주변에 미세 균열(마이크로 크랙)이 발생해 있다.
전자신문이 입수한 반도체 유리기판 제조사 B 샘플 내 글래스관통전극(TGV) 모습. 주변에 미세 균열(마이크로 크랙)이 발생해 있다.

문제는 수십마이크로미터(㎛) 크기의 TGV를 만들면서 가해지는 충격이다. 이 때문에 미세 균열이 발생할 수 있는데, TGV 공정 단계서는 큰 문제가 없다가 향후 추가 공정이나 이동 시 미세 균열이 커지면서 유리 깨짐이나 찢어지 듯 들떠 버리는 '세와레(SEWARE)' 현상을 야기한다. 반도체 유리기판 양품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리기판 샘플을 비행기로 이동하면서 깨지거나 세와레가 발생하기도 했다”며 “공정 온도 뿐 아니라 기압에 의해 미세 균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미세 균열은 기판을 절단할 때도 발생한다. 공정이 끝난 원장을 자르는 공정으로 역시 레이저를 활용한다. 절단 뿐 아니라 절단 후 표면을 매끈하게 하기 위한 연마 과정에서도 미세 균열이 유리기판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레이저앱스 등 일부 기업은 기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마 없는 절단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미세 균열은 공정 과정에서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크기가 나노미터(㎚) 수준인 미세 균열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유리 원장 전체를 검사해야만 알 수 있어서다. 단 하나의 미세 균열도 공정 중에 어떻게 확산될지 모르기 때문에 수율 안정화의 걸림돌로 남아 있다. 유리기판 검사 장비 업계의 과제이기도 하다.

쇼트·코닝·아사히글라스 등 유리 소재 업체에서도 이 미세 균열 발생을 최소하기 위한 물성 연구가 한창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례 없던 제품에 활용할 최적화된 유리가 필요한 것이다.

절연 필름이나 감광·현상·식각액 등 소재 변화도 요구된다. 대부분 플라스틱 소재(PCB)나 인터포저용 실리콘에 맞춰져 유리를 위한 소재 고도화 작업도 필요하다. 일부 공정에서는 절연 필름이 유리에 부착되지 않거나 공정 후 찢어지는 등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유리기판 상용화를 위해서는 이같은 도전 과제가 해결돼야만 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다수 업체가 반도체 유리기판 샘플을 테스트하고 있지만 양품으로 남는 건 많지 않다”며 “미세 균열 제어 등 여러 유리 가공 기술 난제를 해결해야 본격적인 상용화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