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정보보호산업계가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 신흥 시장 공략에 나선다. 또 정보보호 전문가 전주기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를 대상으로 한 전문교육을 실시하는 등 인력양성에도 주력한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 엘타워에서 제29차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올해 새로운 비전과 주요 역점 사업을 발표했다.
KISIA는 지난해 '빌드업 투게더(Build-up Together)'를 기치로 내건 데 이어 올해 '시큐업 투게더(Secure-up Together)'를 핵심 비전으로 삼았다. 급변하는 사이버 위협 환경에서 정보보호 자율 보안 체계 구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산업계가 함께 성장하고 협력할 수 있는 견고한 보안 생태계 조성에 힘쓸 방침이다.
먼저 정보보호기업 간 협업 활성화와 자체 보안 강화를 위한 자율보안협의체를 신설한다. 규모가 작은 정보보호기업도 실천 가능한 보안 강화 수칙을 공유해 자율적인 보안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협의체엔 KISIA 회장단을 비롯해 안랩·모니터랩·시큐어링크·피앤피시큐어 등 10곳이 참여한다. 또 자문위원으로 이만희 한남대 교수와 이원태 아주대 교수, 김창호 야놀자 CISO, 오진영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정보보호산업본부장, 최광희 법무법인 세종 고문 등이 함께 한다.
협의체를 이끄는 김진수 트리니티소프트 대표는 “자율적으로 보안 역량을 높이는 여러 활동을 펼치겠다”며 “모범 기업의 케이스 스터디 공유 등을 통해 보안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KISIA는 산하의 한국제로트러스트위원회(KOZETA)를 중심으로 상호운용성 강화를 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제로 트러스트는 단일 벤더 제품으로 한계가 있어 다양한 기업 간 협업이 필수적이다. KOZETA 공급기업의 제로 트러스트 보안솔루션을 알리기 위한 홍보 활동도 전개할 예정이다.
배환국 KOZETA 회장(소프트캠프 대표)은 “정보보호기업 간 협력을 위해선 상대방이 무엇을 잘하는지 아는 것이 먼저”라면서 “기업이 제로 트러스트 콘셉트로 보안 강화를 어떻게 이뤄내는지 알 수 있도록 하는 장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정보보호기업 간 협업을 강화한다. 구체적으로 해외 진출 협의체를 통한 기업 간 수출 정보 공유, 네트워킹·협업을 통한 수출 모델 개발, 정부 건의사항 의견수렴 등을 추진한다.
타깃은 동남아·중동 등 신흥 시장이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남중국해 분쟁 등 지정학적 영향으로 인해 미국·이스라엘·중국 등 주요 패권국 제폼보다 우리나라 정보보호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KISIA 측의 설명이다.
KISIA 측은 “최근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 따라 한국 정보보호 제품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수출 전 과정에 대한 맞춤형 지원 사업 등을 토대로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보보호 인력 양성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우선 정보보호 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를 통해 산업 현장과 정부 정책을 긴밀히 연계하고 인력 양성과 직무 현장의 애로사항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S-개발자', '시큐리티 아카데미' 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산업계 수요에 맞는 정보보호 인재를 발굴·육성하는 한편 인공지능(AI) 보안, 융합보안 분야의 전문 인력도 적극적으로 양성한다.
특히 정보보호 전문가 전주기 관리체계를 구축한다. 이를 기반으로 정보보호 입직자부터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까지 경력 단계별로 로드맵을 설계해, 전문 인력의 역량 발전을 전주기에 걸쳐 지원한다. 또 CISO를 관리 중인 중앙전파관리소 등 유관기관과 협업해 지역별 CISO 대상 정보보호 역량 강화 교육도 추진한다. CISO를 대상으로 한 수준별 전문교육이 전무한 데다 수도권 이외 지역은 교육 기반도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날 KISIA는 한국정보보호학회와 공동으로 제정한 '사이버 주권수호상' 시상식도 개최했다. 올해 수상자엔 신용석 국가안보실 사이버안보비서관, 박춘식 아주대 교수, 홍진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원장이 선정됐다. 공석이 된 수석부회장 자리엔 김진수 대표가 선임됐다.
조영철 KISIA 회장은 “민·관·학이 긴밀히 협력하고, 서로의 역량을 함께 '쌓아 올리는(빌드업)' 단계에서 우리 사회의 보안 역량을 '강화하는(시큐업)' 단계로 한층 더 나아가고자 한다”며 “국내 보안 산업 전반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밝혔다.
조재학 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