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의 융합이 산업과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글로벌 AI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초기 경쟁 단계이며, 향후 3년 내에 주도권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 경쟁력이 좌우될 이 골든타임을 활용해 우리나라가 AI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의 글로벌 선도국으로 도약하려면 전략적인 글로벌 협력과 기술 내재화를 바탕으로 로봇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제조 인프라를 보유한 강국이며, AI 기반 제조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수평적 협력의 생태계가 가능한 기존 AI 자율제조 얼라이언스를 활용해 업종별 앵커 기업과 협력하면 자동차 산업의 공장 자동화, 물류 로봇 적용, 반도체 산업의 클린룸 내 로봇 활용, 조선업의 선박 블록 조립 및 용접 자동화 등에서 AI 휴머노이드 로봇 실증이 가능하다. 제조업 기반의 실증 데이터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으며, 실증 성공 사례를 다른 산업으로 빠르게 확산시켜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안정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수직적 공급망을 확립하고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핵심 부품 기업들은 아직 글로벌 경쟁력이 부족하며, 일본과 독일 등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도 좁혀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산 부품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보조금 지원과 세제 혜택, 기술 실증 지원을 포함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또 일본의 대형 로봇 전문기업들이 주요 부품을 내재화하거나 중소 부품기업에 지분 투자 또는 인수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했던 전략을 한국형 전략으로 발전시키고, 우리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기술 개발 지원과 규제완화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AI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 과거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 반도체를 킬러 부품으로 선정하고 전략적으로 육성했던 사례나, 자동차 산업이 모듈화된 부품 조달 체계를 구축했던 사례에서 배울 점이 많다. 로봇 산업에서도 서보모터, 감속기, AI 컨트롤러, 스마트 엑추에이터와 같은 핵심 기술을 대기업이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중소기업이 모듈 및 부품을 제작·공급하는 협력 모델이 필요하다. 특히 전기차 모터처럼 핵심 동력 시스템을 일체화한 것과 유사하게, 감속기·서보모터 등의 부품을 AI 기반으로 구동 최적화하고, 힘 조절 및 유지보수가 가능한 스마트 액추에이터를 킬러 부품으로 육성하는 전략도 고려할 수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국제 협력이 필수적이며,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핵심 부품 국산화와 전략적 조달 확보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 AI 휴머노이드 로봇 글로벌 공급망(GVC) 구축이 필요하며, 핵심 기술 협력과 신시장 개척을 두 축으로 추진해야 한다.
국가별 협력 전략으로는 △미국·대만과 AI 반도체 및 로봇 운영체계 협력 △일본·독일·대만과 정밀 감속기, 서보모터, 센서 기술 협력 △유럽·일본과 휴머노이드 로봇 하드웨어 개발 협력이 가능하다. 또 신시장 개척을 위해 △인도와 저비용 생산 및 AI 인재 교류 △베트남·태국과 조립 및 저비용 제조 협력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와 해외 실증 테스트 추진을 고려할 수 있다. 특히 미국과는 한미 AI 반도체 동맹과 프렌드쇼어링 공급망을 활용해 AI 로봇 산업을 공동 육성하고, 일본과는 로봇 부품을 활용한 한국의 로봇 시스템 공급 협력으로 고부가가치 AI 로봇을 중동 시장에 적극 진출시키는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 저비용·고효율 솔루션을 선호하는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맞춤형 시장 개척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혁신과 제조업 강국이라는 두 개의 강력한 기반을 보유한 국가다. AI, 반도체, 배터리, 로봇 기술력을 결합하여 세계 최고의 AI 휴머노이드 로봇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미 우리나라는 뉴로메카의 모방학습 및 충돌회피 기술, 스마트 액추에이터를 비롯해, 알에스오토메이션의 엔코더, 에스피지의 감속기 등 주요기업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에 커스터마이징한 제품을 출시하고 기능을 고도화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국가 경쟁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기반의 실증, 핵심 부품 내재화, 글로벌 협력 및 정부 지원 등이 체계적으로 결합된 전략이 필요하다. 이제 AI 휴머노이드 로봇 강국으로 도약할 때다.
조영훈 뉴로메카 미래성장담당 디렉터 yeonghoon.cho@neuromek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