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인수 유통사·금융사, 기업 회생절차 개시와 부실 대출로 '도마'

경영부실 논란 MBK 김광일… 대표·등기이사 참여 기업 줄줄이 '논란'
“고려아연, 영풍아닌 MBK가 맡을 것” 자신 불구…경영능력에 '물음표'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진행중인 MBK파트너스의 부실 경영이 도마에 올랐다. 김광일 부회장이 2년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A유통업체의 경우 재무구조 악화 등으로 신용등급이 강등된 데 이어 기업 위기론이 확산되면서다.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 중인 B금융업체의 경우 대출부실 사태가 드러나면서 비판 여론이 커졌다.

김 부회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사실상 영풍의 저조한 경영 능력을 인정하면서 고려아연을 영풍이 아닌 MBK가 맡을 거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MBK가 2015년 인수한 A유통사는 이날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잠재적 자금 이슈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A유통업체의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에 대한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나란히 내렸다. A유통업체의 신용등급 하향 사유로 영업실적 부진 장기화, 과중한 재무부담을 거론한 한기평은 “단기간 내 수익성 반등을 통한 유의미한 수준의 현금창출능력 개선은 쉽지 않아 당분간 영업현금창출능력을 상회하는 투자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며“중단기 내 재무구조 개선 여력이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2015년 MBK가 7조 2,0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이래 김 부회장은 줄곧 기타비상무이사를 지내다가 작년 1월 말 대표이사로 취임해 2년째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김 부회장이 전면에 나섰음에도 해당 유통업체의 실적은 부진하다. 한기평에 따르면 2024·2025 회계연도 3분기(2024년 3월~11월) 누적 영업적자는 1,571억원, 총매출액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3.5%로 전년동기(1,303억 원) 대비 적자 규모가 증가하는 등 영업수익성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김 부회장을 비롯한 A유통업체 경영진은 점포 매각, 폐점 등의 수익성 제고 전략을 추진하고 있지만 뾰족한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신평은 “A유통업체가 영업활동 효율화, 점포 리뉴얼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나 점포 매각과 상대적으로 제한된 투자로 사업경쟁력이 과거 대비 약화됐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의미있는 수준의 집객력 및 매출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MBK가 A유통업체를 인수할 당시 전체 거래금액 7조2,000억 원의 절반 이상인 4조3,000억 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차입금 제어 역시 매우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기평은 “지속적 점포 매각을 통해 인수금융을 상환하고 투자재원을 마련해 왔지만 최근 점포 매각규모가 감소함에 따라 차입금이 재차 증가세로 전환됐다”며 “2024년 11월 말 순차입금은 5조3,1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말 대비 1194억원 증가했고 대규모 당기순손실 반복에 따른 자본감소 영향으로 부채비율은 1408.6%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경영 능력 뿐만 아니라 투자 기업의 경영을 관리하는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김 부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소속된 B금융업체는 '대출 부실'로 물의를 빚고 있다. 금융권과 한기평 보고서 등에 따르면 B금융업체가 보유한 팩토링 대출 채권에서 786억 원 규모의 연체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팩토링 대출은 기업이 가진 매출채권을 담보로 설정하고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리는 서비스를 뜻한다.

대출 부실은 중소형 렌털 기업 C사와 관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안경점, 요양원, 장례식장에 C사가 렌탈 서비스를 제공해 왔으나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이 렌털비를 연체하면서 C사의 매출채권 부실을 초래했고, 덩달아 이 채권을 담보로 설정한 B금융업체의 팩토링 대출도 부실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대출이 심사 절차 없이 영업단 전결로 이뤄졌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팩토링 대출 연체 요인을 살피고 내부통제 위반 가능성이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2주가량 수시검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B금융업체의 자산건전성 악화를 경고하는 상황에서 김 부회장을 둘러싼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선관주의(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논란의 골자다. 김 부회장은 2019년 10월 MBK 컨소시엄이 B금융업체 지분 79.83%를 1조3,810억 원에 인수한 이래 기타비상무이사 직위를 갖고 이사회에 참여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A유통업체가 빚더미에 나앉고 B금융업체는 대출관리 부실로금융당국의 도마 위에 오르는 등 MBK가 인수한 기업마다 부진한 모양새”라고 밝혔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