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인공지능(AI) 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여야 의원들이 산업 진흥에 무게를 두고 개정안 발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연말 AI기본법이 국회 문턱을 가까스로 통과하긴 했으나 산업 육성 추가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여야 의원들이 AI기본법의 애초 취지와 다른 규제 강화 부분을 다소 완화하고, 한국 특화 모델 개발을 지원하는 등의 추가적인 보완 작업에 들어갔다.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제정된 국내 'AI 기본법'은 내년 1월 22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AI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방안과 함께 AI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관리·예방하고자 하는 게 법안 목적이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제정안에 제시된 AI에 대한 기본 정의부터 좀 더 포괄적으로 손 볼 예정이다. 이와 함께 AI 기본법으로 도입된 '고영향 AI' 개념도 보다 명확히 한다는 방침이다.
또 40조에 명시된 '위반 사항을 발견하거나 혐의가 있을시 AI사업자에 대해 자료 제출을 하게 하거나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필요한 조사를 하게 할 수 있다'는 부분도 수정한다. '사실 조사' 보다는 그에 앞서 '실태 조사'를 먼저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제재 단계를 순화시키는 방향으로 준비 중이다. 그간 AI기본법이 산업 진흥과 규제 사이 균형점을 찾겠다는 법안 취지와 달리, 재제쪽으로 무게가 더 실렸다는 업계의 평가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이 이달 발간한 '한국의 기술 규제 개편'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AI 기본법은 원래 산업 진흥에 중점을 두던 것에서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둔 엄격한 규제 프레임워크로 발전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산업 육성 차원에서 '한국형 주권 AI 모델' 개발을 지원하고, AI 관련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특화된 대규모 언어모델(LLM) 개발을 지원하고, 공공 데이터의 수집·관리·활용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정부 출연금과 기금운용 수익금 등을 재원으로 하는 'AI 미래 기금'을 마련하고, 온 국민이 AI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AI 기본권'을 신설하는 것도 포함됐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저소득층과 청소년의 AI 구독료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AI기본법 개정안을 지난달 말 대표 발의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구독료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도록 했다.
장 의원은 “경제적 이유로 양질의 AI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면 점차 소득격차가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며 “새로운 기술이 모든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입법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여야 의원들은 정부의 시행령을 보고 추가 입법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 상반기를 목표로 AI기본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하고 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