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가 비혼 동거·출산 제도화의 포문을 열었다. 젊은 세대의 출산·결혼에 대한 변화된 인식을 제도가 수용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복지부는 6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비혼 동거·출산 간담회'를 개최했다. 전문가, 정책수요자와 함께 가족 정책 현황을 점검하고 개선사항 등을 점검했다. 간담회에는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본부장,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김민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참석했다. 복지부에서는 이기일 1차관과 김상희 인구아동정책관 등이 자리했다.
이 차관은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회정책장관회의 참석차 방문한 프랑스 사례를 제시했다. 프랑스는 2022년 기준 비혼 출산 비율이 65.2%로 OECD 평균 41.0%를 크게 상회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지난해 기준 4.7%에 불과하다. 이 차관은 이성 또는 동성이 결혼하지 않아도 법적 권리와 의무를 주는 시민연대계약(PACS) 제도를 일찌감치 도입한 점이 비혼출산 활성화에 기여한 것으로 진단했다.
이 차관은 “프랑스는 카톨릭 영향으로 결혼과 출산이 분리가 어려웠음에도 제도가 뒷받침해 결혼하지 않고도 출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면서 “우리나라 청년층 결혼·출산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2014년 22.5%에서 2024년 37.2%로 14.7%포인트(P) 증가했다. 복지부는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중·노년층에서도 제도적 혼인관계에 있지 않더라도 상호 돌봄, 심리 지원으로 남녀가 함께 사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비혼 출산 현황과 함께 비혼 동거·출산 가구에 대한 법·제도·지원 수준, 우리나라 비혼 출산 특성과 정책 함의, 개선 방향 등을 논의했다. 정책수요자 역시 비혼으로 출산해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의 애로사항 등을 공유했다.
이 차관은 “비혼 출산 등 변화하는 추세를 반영해 법·제도 개편사항을 면밀히 검토하고, 편견을 가지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관계부처와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