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홀트아동복지회 탑리더스 위원 임영진 경희대 의대 명예교수 - “이제는 봉사와 후원으로 사랑의 힘을 보여주려 합니다”

홀트아동복지회 탑리더스 위원 임영진 경희대 의대 명예교수가 아내 김경희 홀트아동복지회 이사와 함께 홀트아동복지회의 미션인 '사랑을 행동으로' 포토월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홀트아동복지회 탑리더스 위원 임영진 경희대 의대 명예교수가 아내 김경희 홀트아동복지회 이사와 함께 홀트아동복지회의 미션인 '사랑을 행동으로' 포토월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3년 6개월간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기관평가인증원장으로 봉사하고 최근 퇴임한 임영진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이하 교수)가 지난 40여 년간 의료계와 공공기관을 두루 거치며 쌓아온 프로필은 셀 수 없이 많다.

1987년 경희의료원 신경외과 교수를 시작으로 대한감마나이프학회장,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 경희대학교병원장, 경희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대한병원협회장을 역임하고, 20여 년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닥터와 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스포츠의학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또한 현재는 대한민국 ROTC중앙회 보건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특히, 2024년 10월에는 국민과 사회에 헌신적으로 봉사해온 존경받는 의료인으로서 대한신경외과학회의 위상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제4회 자랑스러운 신경외과 의사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 1월에는 우리나라 의학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한 업적을 기리는 '대한의학회 명예의전당'에도 헌정되었다

경희대학교 병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0년, 아내 김경희 홀트아동복지회 이사와 함께 홀트아동복지회 고액후원자 모임인 탑리더스에 위촉되어 일찌감치 나눔의 모범을 보인 임영진 교수. 임 교수는 38년간 후원과 봉사를 실천해온 아내 김경희 홀트아동복지회 이사의 나눔활동에 대해 “전에는 대리만족하며 마음으로 응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동참하는 마음으로 물적 응원을 하게 되었다”며 “신앙의 동료이자 의료인의 가족으로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는 “다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듯이 그간 열심히 달려왔으니 이제는 더 높은 자리에서 대접받기보다 겸손한 자세로 아무 조건 없이 내가 가진 달란트를 돌려주는 봉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다짐과 함께 앞으로 더 많이 봉사하고 나누는 삶을 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 교수는 정년퇴임 후에도 경희의료원 감마나이프 자문교수로서 후배 교수들과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가 하면 뇌수술환자 재활전문병원에서 어려운 환자들을 위한 진료로 재능기부를 펼치고 있다.

임영진 교수는 국내 뇌 수술 분야에서 '감마나이프' 시술의 개척자이자 권위자로 유명하다. 감마나이프는 뇌종양이나 뇌혈관 기형 등 뇌의 병변 부위를 방사선을 이용해 치료하는 칼을 쓰지 않는 '무혈 수술법'으로 알려져 있다.

소문난 축구광이기도 한 임 교수는 배재고와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의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이후 경희대 의대에 들어가 그 힘들다는 신경외과 의사가 되었다. 그 과정에는 축구 국가대표 '팀 닥터'가 되고 싶다는 꿈이 적잖이 작용했다. 결국 그 꿈을 이룬 것은 물론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이회택 축구선수와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가는 행운도 얻었다.

의료계 최고의 리더를 맡게 될 때마다 스스로를 'B클래스' 출신이라고 인정하는 임 교수는 “그런 부족한 조건이었기에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고 남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겸손한 자세로 보직을 수행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런 덕분에 그는 적이 없는 겸손한 사람, 소통과 화합을 추구하는 열린 마인드의 소유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과 대한병원협회장 등 경쟁이 치열한 선거에서 어렵지 않게 당선된 것도 그런 삶의 태도에서 기인한다.

홀트아동복지회 탑리더스 위원 임영진 경희대 의대 명예교수. 사진=홀트아동복지회
홀트아동복지회 탑리더스 위원 임영진 경희대 의대 명예교수. 사진=홀트아동복지회

현재의 그가 있기까지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되어준 임 교수의 가정은 외조부대부터 손주대에 이르기까지 5대에 걸친 기독교 집안이다. 평생 공직에 헌신하며 올곧게 사신 아버지와 늘 기도의 힘을 강조하신 어머니의 사랑과 격려가 없었다면 그의 훌륭한 공적은 가능하지 않았다. 또한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나를 지지하고 나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아내에게는 고마운 마음이 특히 크다”고 고백했다.

이어 “중요한 보직을 맡을 때마다 엄중한 위기가 아닌 때가 없었다”고 운을 뗀 임 교수는 2015년 경희의료원장이자 경희대 의무부총장 시절 강동경희대병원이 한 달여간 병원을 폐쇄하면서까지 메르스와 사투를 벌였던 사례와, 2020년 대한병원협회장 시절 국가적 재난이나 다름없던 코로나-19로 병원들이 초토화되다시피 했던 사례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어려움에 처한 의료계와 병원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낄 때마다 하나님은 위기를 이겨내는 지혜와 용기와 능력을 주셨다”고 회고했다.

“삶을 돌아보니 하나님과 부모님, 그리고 가족에게 받은 사랑을 어려운 이웃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려주고자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을 행동으로'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의사는 자부심과 보람이 큰 직업이면서도 의료 행위 자체가 타인을 위한 봉사이자 베풂이 되는 직업이니 그보다 감사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라는 시 중 “저게(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천둥237·벼락·번개 몇 개(가 들어 있다)”라는 구절을 인용한 임 교수는 “이 시구처럼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야 내공이 단단해지고 한층 더 성장하는 것”이라며 “저 역시 그렇게 살아왔다고 자부합니다. 이제 그것을 가능케 해준 사랑의 힘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