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대장균·녹농균 등 감염 원인균을 100%에 가까운 정확도로 3시간 안에 판독할 수 있는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세균 배양이나 PCR 분석보다 빠르고 정확해 항생제 투여 골든 타임이 중요한 패혈증 같은 질환의 치명률을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UNIST는 김하진·권태준·강주헌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팀(이하 김 교수팀)이 인공 설계 분자인 PNA를 프로브(probe)로 이용한 형광제자리부합법(FISH)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FISH 진단 기술은 프로브 분자가 세균의 특정 유전자 서열과 결합할 때 나타나는 형광 신호를 이용한다.
김 교수팀은 PNA 분자 두 개를 동시에 이용하는 FISH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PNA는 일반적인 DNA 기반 프로브에 비해 서열 불일치 민감도가 높고 세균 세포벽을 투과하는 성능도 뛰어나다.
이어 2만종의 세균 게놈 서열을 분석해 특정 종의 리보솜 RNA에만 붙도록 PNA 서열을 설계했다.

김 교수팀이 개발한 FISH 진단 기술은 두 개의 PNA가 모두 표적 부위에 달라붙었을 때 신호가 발생하기 때문에 프로브 분자가 결합 부위를 잘못 찾아 생기는 혼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개별 세균 감염 검사뿐만 아니라 여러 세균이 섞여 있는 상황에서의 검출 정확도도 높게 나타났다.
대장균, 녹농균, 황색포도상구균 등 세균 7종을 대상으로 한 검출 실험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을 제외하고 모두 99% 이상의 정확도를 나타냈다. 황색포도상구균 정확도는 96.3%다. 장구균과 대장균을 섞어 실험한 결과, 두 균 모두 99% 이상의 검출 정확도를 보였다.
김하진 교수는 “패혈증, 요로 감염, 폐렴 등 즉각 항생제 치료가 필요한 감염병 진단에 유용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실제 환자에서 채취한 혈액을 이용한 추가 실험으로 임상 적용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바이오센서스앤바이오일렉트로닉스' 3월 1일자에 실렸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