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립 80주년을 맞은 한진이 올해도 신성장동력 발굴에 힘을 싣는다. 출혈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택배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먹거리 사업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다. 사장 승진 4년차에 접어든 그룹 3세 조현민 사장이 신사업을 바탕으로 실적 반등을 이끌어낼 지 주목된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진은 오는 25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 추가를 골자로 한 정관 변경 안건을 의결한다. '기계설비공사업', '자동판매기운영업'을 각각 추가한다.
두 사업 모두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한진은 현재 택배 외에도 △항만하역 △해상운송 △창고운영 △유류사업 △정비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기계설비공사업은 한진 물류 인프라 건설에 특화해 운영될 수 있다. 자동판매기 운영업은 최근 추진하는 전기차 충전 사업과 연계해 전개할 전망이다.
한진은 지난 2022년부터 매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을 추가하고 있다. 직전 사업목적 변경이 지난 2012년에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뚜렷한 변화다.
올해 주총 안건을 포함해 최근 4년 간 9개 신규 사업을 정관에 담았다. 지난 2022년 △태양력발전업 △전기자동차 충전업 등을 추가했고 2023년에는 △부동산 개발·공급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가했다. 지난해에는 광고업·광고대행업을 새롭게 올렸다.
이같은 모습은 조현민 한진 사장이 경영 일선에 등판한 시기와 맞물린다. 지난 2020년 한진에 합류한 조 사장은 초창기 전면에 나서지 않다가 2022년 1월 사장 승진과 함께 본격적으로 경영 보폭을 넓혔다.
조 사장은 줄곧 신성장동력 발굴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본업인 택배 경쟁력을 유지하되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메시지다. 취임 초기 물류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 '로지테인먼트'를 꺼내든 것이 대표적이다. 초국경 개인간거래(C2C) 플랫폼 '훗타운'을 비롯해 디지털 플랫폼 또한 조 사장 의지가 담긴 사업이다.
조 사장이 그간 추진해온 신사업 결실을 맺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올해는 한진 창립 80주년으로 지난 2022년 조 사장이 밝힌 중장기 사업 목표 '비전2025' 원년이다. 그는 2025년까지 매출 4조5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대외 환경 악화를 고려해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를 각각 3조5000억원, 1750억원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본업인 택배 시장 외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시점이다. 택배 시장은 e커머스 성장과 함께 꾸준히 커지고 있지만 쿠팡이 주도권을 쥐면서 잔여 물량을 둘러싼 출혈 경쟁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C커머스 등 신규 수주 확대와 별개로 신사업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올해 과제로 지목된다.
한진은 정관 변경 목적에 대해 “사업 확대를 위한 관련 면허 취득과 신규 사업 추진”이라고 설명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