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허용과 관련한 발표에 이어 4월에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법인 참여 확대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는 이달 27일 역삼포스코타워에서 열리는 '법인 가상자산 투자시대: 전략수립과 기회 탐색 컨퍼런스'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보유, 투자가 허용됨에 따라 가상자산을 활용한 비즈니스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대표는 “거래소에서 개인의 매매수단으로만 쓰이던 단순 투자상품을 넘어 기술적,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새로운 신상품, 신서비스로 거듭날 것”이라며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가상자산을 단순 투기상품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회가 가치를 가진 진정한 디지털 자산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구태 대표는 가상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인피닛블록의 CEO로 한국핀테크산업협회에서 디지털자산 인프라 협의회장도 맡고 있는 디지털 자산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정 대표는 “미국 최대 가상자산 사업자인 코인베이스의 주주서한만 보더라도 법인과 개인의 투자 비중은 85%:15% 정도”라면서 “이는 공교롭게도 미국 주식시장의 투자자 비중과 매우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또한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로드맵에 따라 점차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구태 대표는 법인이 가상자산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장점 2가지를 소개했다. 첫 번째는 기업이 자산 다각화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보유를 통해 주식, 채권 등 전통 금융자산과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전 세계 최고의 투자자 집단인 연기금, 국부펀드 등은 이미 투자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하고 있다. 전 세계 2% 넘는 비트코인을 보유한 미국의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작년 12월 나스닥 100지수에 편입될 정도로 대표적인 기술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이다.
두 번째는 가상자산을 활용한 신시장 개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토큰 이코노미에서부터 디파이, 결제, NFT, 스테이블코인 등 블록체인 기반 다양한 서비스 개발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정구태 대표는 “그동안 폐쇄형 블록체인에 머물러 있던 국내 기업들은 공개형 블록체인이라는 글로벌 경계가 없는 혁신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다”면서 “공급망 관리, 신원인증 등 퍼블릭 블록체인에 기반한 기술 혁신 사업을 다양하게 펼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 대표는 이런 비즈니스 기회를 실제 해외 사례를 들어서도 설명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오면서 대통령이 미국을 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밝혔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XRP, 솔라나, 카르다노 등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는 행정명령도 발표했다는 사실을 소개했다. 그는 “이제 미국에서 가상자산은 단순한 코인이 아니다”라면서 “에너지, 광물과 같은 핵심 자산의 반열에 올라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유, 금 등을 활용한 비즈니스, 금융상품이 활발히 나왔듯이 앞으로 가상자산을 활용한 전후방 사업이 크게 번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정구태 대표는 “기존 금융업과 마찬가지로 가상자산업에서도 수신, 여신, 중개, 결제 등 다양한 사업유형이 탄생할 것”이라며 “사업자 간에 상호 보완과 견제를 이루어가며 가상자산 시장을 균형감 있게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미국이나 홍콩의 경우,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하기 위해 가상자산 거래소뿐 아니라 커스터디, 시장조성자, 장외거래, 지수평가 등 다양한 가상자산 기업들이 구성에 참여하여 빠르게 상품을 만들어낸 바 있다.
정 대표는 향후 국내 기업들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체계적인 준비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법인들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확대는 시장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이는 국내 가상자산 산업 전반의 건전한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정구태 대표는 3월 27일 역삼포스코타워에서 열리는 '법인 가상자산 투자시대: 전략수립과 기회 탐색 컨퍼런스'에서 '법인 참여로 개화하는 국내 가상자산의 기회 전망'이라는 주제로 발표한다.
이날 행사에서는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이동기 딜로이트컨설팅 그룹장,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수석 매니저, 우덕수 블록데몬아시아 대표 등이 가상자산 투자 시대의 기업의 대응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할 예정이다. 자세한 정보는 행사 홈페이지(https://conference.etnews.com/conf_info.html?uid=374)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은정 기자 judy695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