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무·저해지보험 일단위 보고” 요구에…보험업계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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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보험사들에게 무저해지 보험 판매 현황을 일단위로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보험료가 오른다며 소비자 조바심을 유발하는 절판마케팅이 기승을 부리자 모니터링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내달부터 무저해지 보험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소구력 있는 상품을 미래 판매해 두고 싶은 보험업계가 눈치를 보는 모습이다.

17일 보험업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회사별 무저해지 보험상품 판매 현황을 하루 단위로 제출할 것을 보험사에 요구했다. 보험사는 상품별 판매금액을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

금감원이 점검을 강화한 건, 다음달 무저해지 보험료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불건전 영업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영업현장에선 보험료가 최대 20~30%가량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절판마케팅이 활황이다. 인터넷 카페, 블로그, SNS 등에선 '마지막 기회', '보험료 확 올라요' 등 소비자를 현혹할 수 있는 문구의 보험 영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감독원은 절판마케팅이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개연이 높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 조급함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제대로 된 상품 설명이나 비교 없이 상품에 가입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가입했던 상품을 해지하고 새로 가입시키는 부당승환 우려도 크다.

특히 무저해지 보험은 보험료를 낮춘 대신 계약기간 중 해지할 경우 환급금이 없거나(무) 적게(저) 기획된 상품이다. 소비자가 제대로 된 정보 없이 가입했다가 중도에 해지하게 되면 금전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이번 현미경 점검으로 보험업계에 자정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영업현장 일각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소비자에게 유리한 상품을 제시하는 것을 불건전 영업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설계사와 소비자 입장에선 보험료가 비싸지기 전 경쟁력 있는 상품을 판매·가입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가 오른 것이 기정사실화된 상태에서 소비자에게 이를 알리고 추천하는 것까지 불완전판매로 비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면서 “단순 판매량으로 절판마케팅 여부를 판단하게 되면 영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작년 금융당국이 무저해지 보험에 해지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상품이 개정되는 다음달부터 보험료가 약 10~2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작년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을 높게 가정하는 식으로 실적을 부풀리고 있다고 지적, 해지율을 낮게 설정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상태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