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뜰폰(MVNO) 업계가 1만원대에 데이터 20GB를 사용할 수 있는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를 올 상반기까지 20여종으로 확대한다. 정부의 도매대가 산정방식 개선을 계기로 가격경쟁력을 높인 5G 요금제가 우후죽순 늘고 있다. 이통사(MNO)가 99%를 점유하고 있는 5G 시장에서 알뜰폰의 영향력도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에 따르면 오는 6월까지 알뜰폰 사업자 8곳이 1만5000~1만9000원대 5G 요금제를 20여개 선보일 예정이다. 이달 현재까지는 스마텔, 큰사람커넥트, 프리텔레콤이 SK텔레콤 망을 임대해 7종의 1만원대 5G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어 이달 말 아이즈비전이 1만5000원짜리 요금제를 내놓고 스테이지파이브를 비롯해 가입자를 40만 이상 보유한 KB국민은행과 유니컴즈도 1만원대 5G 요금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출시가 예정된 곳 외에 다른 사업자들도 가세하면 더 많은 초저가 5G 요금제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 요금제는 기간제 할인 프로모션뿐 아니라 평생 요금제도 있다. 데이터 20GB에 음성·문자 무제한을 제공하는 곳도 있어 소비자 혜택이 극대화될 전망이다.
이처럼 저렴한 5G 요금제가 출시될 수 있는 것은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 덕분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알뜰폰 도매제공 관련 고시를 개정해 도매대가 산정기준에 리테일마이너스 뿐 아니라 코스트플러스 방식도 추가했다. 이 방식은 감가상각이 원가에 반영돼 망 성숙기에 접어들수록 도매대가를 낮출 수 있다.
실제 지난달부터 종량제 요금제 도매대가가 1MB당 1.29원에서 0.82원으로 36.4% 인하됐고 음성 도매대가도 5%가량 낮아졌다. 이에 따라 알뜰폰도 경쟁력 있는 5G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다. 지금은 대부분 도매제공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 망을 사용하는 요금제에서 1만원대 상품이 출시됐지만 곧 KT와 LG유플러스도 도매대가를 인하하면 해당 망을 임대한 알뜰폰에서도 저가 요금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 요금과 비교하면 데이터를 20GB가량 제공하는 이통 3사 5G 요금제는 대부분 4만~6만원대로 구성됐다. 알뜰폰과 비교하면 3~4배가량 비싸다. 압도적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이통사가 장악한 5G 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알뜰폰은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16.7%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5G 가입자 비중은 1%에 그친다. 올해 1월 알뜰폰 5G 가입자수는 37만3186명에 불과하다.
알뜰폰협회 관계자는 “이번 1만원대 20GB 5G 요금제 출시가 알뜰폰 시장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알뜰폰 산업의 지속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