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울산에 전고체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 추진

삼성SDI가 지난해 전시회에서 공개한 전고체 배터리
삼성SDI가 지난해 전시회에서 공개한 전고체 배터리
상반기 내 4500억원 설비 투자
차세대 공정 적용 ‘준양산’ 시설
2027년 상용화 목표 속도 높여

삼성SDI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생산라인을 울산에 만든다.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삼성SDI가 차세대 배터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18일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SDI는 울산 공장에 전고체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회사는 현재 수원 연구소 내에 전고체 배터리를 시험 생산할 수 있는 '파일럿라인'을 두고 있는데, 울산에는 이보다 규모가 큰 '마더라인'을 갖출 예정이다.

마더라인은 차세대 설계 및 공정 기술이 적용된 제품의 양산성을 검증할 수 있는 공장을 뜻한다. 규모와 속도를 높여 양산에 대응하려는 목적으로 지어져 '준양산' 시설로 분류되기도 한다. 통상 양산라인도 마더라인을 중심으로 갖춰지기 때문에 중요 의미를 갖는다.

삼성SDI는 상반기 중 투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지난 14일 2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중 약 4500억원이 전고체 배터리 설비 투자에 활용될 예정이다.

초기에는 파우치형 전고체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한 설비를 구축하고 추후 각형 전고체 배터리 생산 설비를 순차적으로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자동차용 중대형 배터리를 각형으로만 만들지만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초기 생산은 샘플 제작에 용이한 파우치형으로 진행해왔다.

삼성SDI가 울산에 마더라인을 만드는 건 상당히 발빠른 행보다. 경쟁사들은 이제 파일럿 라인을 가동하거나 구축하는 중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 영향으로 배터리 업계가 주춤하고 있지만 삼성SDI는 선제적으로 움직여 차세대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전고체 배터리는 충·방전 시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리튬574이온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전해질을 액체 대신 고체로 바꾼 배터리다. 모든 소재가 고체로 구성되는 만큼 폭발이나 화재 안전성이 높고 에너지 밀도를 대폭 높일 수 있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전고체 배터리를 전기차나 IT 제품에 탑재할 정도로 상용화한 곳은 없다. 사업화에 성공할 경우 현재 리튬이온 위주의 이차전지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게임 체인저' 기술로 꼽힌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회사는 지난해 인터배터리에서 업계 최고 수준 에너지 밀도(900와트시/리터(Wh/L))를 갖춘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하면서, 2024년부터 2026년까지 A·B·C 샘플을 제공하고 2027년부터 본격 양산에 나서겠다는 로드맵을 처음 공개했다. 또 올해 열린 인터배터리에서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을 기존 2027년에서 '2027년 하반기'로 더욱 구체화하기도 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전고체 라인 구축과 관련해 “관련 투자를 검토 중이나 아직 확정 된 바 없다”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